# 전기공사업자인 B씨는 지난 9월 한 인테리어 업자에게 전화를 받았다. 업자는 지인의 소개를 받고 연락했다며 "다음에 더 큰 규모의 공사를 하도급 줄 테니, 이번에 저렴하게 아파트 공사를 해달라"고 말했다. 계약 하나가 급급한 자영업자인 B씨는 요구에 응했다. 공사를 끝낸 뒤 사진을 찍어 업자에게 보내며 공사대금을 달라고 말했지만, 연락이 두절됐다. 지금까지도 B씨는 공사대금을 받지 못했다.
경찰, 검찰 등 관계자에 따르면 경기 하남경찰서는 지난 9월 인테리어업자 류모(51)씨, 모집책 송모(46)씨 등을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사건은 수원지검 성남지청과 서울남부지검을 거쳐 최근 광주지검으로 이송됐다.
류씨 일당은 '구경하는 집'으로 집을 사용하게 해주면 저렴한 가격에 인테리어 공사를 해주겠다며 입주자들에게 공사 비용을 받은 뒤 잠적한 혐의를 받는다. 또 전기, 도배 등 개인 공사업자들에게 공사를 맡기고 공사 대금을 주지 않은 혐의도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자영업자, 입주자 등 피해자는 10명이 넘고, 개인당 최소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에 이르기까지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이들 일당은 잠적한 상태이다.
일당은 공사업자들에게 공사를 시킨 뒤, 공사대금을 주지 않은 혐의도 받는다. 이들은 지인의 소개를 받은 것처럼 꾸며 개인 공사업자들에게 연락하거나, 신축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홍보 부스를 꾸려 "다음에 더 큰 규모의 공사를 하도급 줄 테니, 이번에는 저렴하게 공사해달라"며 공사업자들을 꾄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업자들은 "일의 특성상 건마다 계약서를 쓰기 어렵다"며 "대부분 계약서 없이 구두 계약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류씨가 카드 돌려막기를 하듯이 한 공사업자에게 돈을 받고 잠수를 탄 뒤, 다른 현장에서 또 사람을 구해 사기 행각을 이어갔다"고 털어놨다. 피해자는 서울, 경기, 전남 등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실한 인테리어 업체가 신축 아파트 모델하우스 등에서 홍보 부스를 운영해도 피해를 막을 방법은 마땅치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아파트 시공사들 대부분 행사에 참여하는 업체들을 선정, 관리하는 권한을 용역업체에 맡기기 때문이다.
온라인 카페에서는 이들 일당에게 손해를 입었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어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