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김덕기 앵커
■ 코너 : 김수영 기자의 <왓츠뉴(What's New)>
◆ 김수영 > 지난 18일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과 '야후재팬' 운영사이자 소프트뱅크의 자회사인 'Z홀딩스'가 경영 통합을 공식화하며 전 세계 IT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는데요. 오늘은 라인과 야후재팬이 왜 경영을 통합하게 됐고, 앞으로 무슨 일을 하려는 것인지. 또 모회사인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어떤 그림을 준비하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 김덕기 > 라인과 야후재팬은 왜 통합에 나선 거예요.
◆ 김수영 > 두 회사는 지금까지 일본 내 간편 결제 시장을 두고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 부으며 치열하게 싸워온 라이벌인데요. 글로벌 IT시장이 구글과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공룡으로 급속하게 쏠리는 상황에서 '더 이상 이런 출혈경쟁으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 끝에 경영통합이이라는 결단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모회사인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상황도 경영통합 결정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많은데요. 일단 소프트뱅크는 사상 첫 분기 적자를 기록하며 위기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라인 메신저가 일본과 동남아 일부 국가에서 흥행하고 있지만 글로벌 확장은 일정 부분 한계를 드러낸 상황예요. 이런 상황에서 라인과 Z홀딩스의 합병은 모회사에게도 좋은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거죠.
◇ 김덕기 > 그런데 두 회사 모두 일본 회사잖아요. 그런데 아까 두 회사의 합병을 일본 IT업계 뿐 만이 아니라 전 세계 IT업계가 주목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이유가 뭔가요?
◆ 김수영 > 말씀하신대로 두 회사는 모두 일본 회사입니다. 그런데 라인의 일본 월평균 이용자수 8200만 명, 야후재팬의 6743만명 인데요. 두 서비스를 함께 이용하는 사람들을 감안해도 이번 통합으로 최소 1억 명 이상이 이용하는 인터넷 서비스가 나오는 것이고, 이렇게 되면 일단 아시아 최대 인터넷 회사가 된다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플랫폼사업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사람이 모일 수록 가치가 올라간다는 점이거든요.
여기에 라인은 일본에서 라인메신저와 라인페이 등을 운영하고 있고 Z홀딩스는 야후재팬과 야후쇼핑, 금융서비스인 재팬넷뱅크, 페이페이 등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카카오가 뱅킹과 쇼핑, 금융 등 다양한 사업을 하는 모습을 보면 라인과 야후쇼핑 등이 얼마나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짐작해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건 눈에 보이는 성과들이고, 실은 눈에 보이지 않은 가능성을 더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는데요. 혹시 라인이 Z홀딩스와 경영통합을 공시하며 20번이나 언급한 단어가 뭔지 아시나요?
◇ 김덕기 > Z홀딩스 모회사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AI를 굉장히 강조하잖아요. AI인가요?
◆ 김수영 > 맞습니다. 두 회사는 합병을 공식화하며 세계 최고의 AI 기술 회사가 되겠다고 했는데요. 소프트뱅크과 네이버 모두 글로벌 AI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라인과 Z홀딩스, 두 회사의 합병을 단순히 아시아 최대 인터넷 기업의 탄생이 아닌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결합의 씨앗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은 겁니다.
"세계적 규모로 최고의 이용자 경험을 제공하고 세계의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AI(인공지능) 기술 기업이 목표입니다"
"우리가 새로운 통합 그룹으로 제3세력이 될 수 있도록 시너지 효과를 내고 싶습니다"
◇ 김덕기 > '제3세력'이 되겠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 김수영 > 두 회사의 합병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이 연결고리를 바탕으로 손잡고 미국과 중국 중심으로 돌아하는 IT 판도를 흔드는 세력이 되겠다는 포부라고 해석하는 전문가들이 많은데요.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IT공룡에 맞서는 '세력'이 되겠다는 의미로 해석해야겠죠.
최재홍 강릉원주대 과학기술대학원 교수는 "(라인과 Z홀딩스 통합은 단순히 두 회사의 합병이 아닌) 네이버와 소프크뱅크의 화학적 결합이라는 엄청난 사건"이라며 "미국 위주로 돌아가는 판도를 동남아권에서 새롭게 재편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일본 회사들이 아니라) 미국 회사들이 더 긴장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분석하더라고요.
가천대 경영학과 전성민 교수의 설명도 들어보시죠.
"페북이나 구글은 전 세계적으로 독점적 지위에 와 있거든요. 거의 제국이라고 볼 수 있는거죠. 반면 '야후재팬이'나 '라인(네이버)'은 파편적인 로컬마켓만 갖고 있는 플레이어라고요. 그런 제국이랑 직접 경쟁하기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거든요. 서로 연합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상황에서 이런 딜이 이뤄진게 아니냐"
◇ 김덕기 > 구글과 페이스북이라는 제국에 맞서는 동맹, 연합군이다, 라이벌에서 피를 나눈 형제가 된 두 회사의 절박한 상황은 이해가 가는데요. 구글 등 글로벌 IT공룡들이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소프트뱅크과 네이버의 협력이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요?
◆ 김수영 > 저도 사실 그 부분이 가장 궁금했는데요.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리더라고요. 일부 전문가는 포털과 소셜 서비스는 이미 지배적 사업자가 있어서 어렵지만 막 팽창하고 있는 AI 시장에선 승산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어요.
그래도 희망적인 점은 유럽 등에서는 구글과 페이스북 등에 대한 거부감이 있기 때문에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그 시장을 파고들 수 있다는 거예요. 네이버가 프랑스에 만든 투자회사 이름이 '코렐리아 캐피탈'(Korelya Capital)인데 영화 '스타워즈'에서 연합군의 베이스캠프가 있는 별에서 이름을 따온 점도 의미심장하더라고요.
반면 일부는 특정 국가에서 지배적인 사업자가 시장 전체를 장악하게 되는 메신저라는 플랫폼의 특성상 두 회사 합병이 일본을 넘어 라인 메신저 사용지역을 중심으로 충분히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구글과 페이스북도 우리나라에서는 카카오라는 토종메신저를 꺾지 못했기 때문에 최소한 라인을 기반으로 해볼 수 있는게 많다는 거죠.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연합군이 미중 IT 제국들에 맞서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김덕기 >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