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임 전 실장의 불출마 선언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 대표적인 청와대 출신 출마 인사로 분류된 데다, '86 그룹'(80년대 학번, 60년대 생)의 핵심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임 전 실장의 불출마로 인해 당내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물갈이'가 더욱 거세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물갈이 대상으로는 86그룹, 다선 의원 등이 주로 거론된다. 정치권에 오래 몸을 담아온 만큼 이제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청년이나 여성 등 새로운 인물들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부 당 지도부와 의원들 사이에 있다.
이런 기류 속에 다선 의원들도 불출마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원혜영 의원(5선)이나 백재현 의원(3선) 등 일부 중진 의원들은 불출마를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다선 의원들은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열심히 지역구 표심을 다잡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당선만 되면, 제21대 국회의장 후보로 유력한 게 자신들이란 계산 때문이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도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불출마 여부를 고민하면서 "주변에서 출마하란 얘기가 많다"며 "국회의장 등 아직 국회에서 역할이 남아 있다고 조언해주는 분들이 계신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회의장은 입법부의 수장으로, 국회와 원내 협상 등 다양한 정치적 사안에 관여할 수 있다. 명문화된 의전 서열은 없지만, 일반적으로 대통령에 이어 의전 서열 두 번째로 알려져 있어 의원들 사이에서는 '명예직'으로 통하기도 한다.
국회의장은 통상적으로 원내 1당의 다선 의원 중 한 명이 된다. 원내 1당에서 국회의장 후보를 선정하면, 해당 후보가 국회 본회의 투표를 거쳐 의장이 된다.
20대 국회 전반기 의장은 정세균 의원이, 후반기 의장은 문희상 의원이 당선됐다. 두 의원 모두 6선이다.
일부 초선들은 국회의장 자리 때문에 출마를 고집하는 모양새에 대해서는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20대 국회에 책임지고 사퇴하거나 후배들에게 자리를 양보해주는 의원들도 있다"며 "다선 의원들도 이런 기류를 엄중하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다선 의원들이 국회에 남아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다선 의원들이 국회 개혁에 오히려 적극적인 측면도 많다. 특히 의원 외교 분야에서도 다선 의원들의 인맥과 경험이 상당히 도움이 된다"며 "중요한 것은 적절한 다선 의원과 초.재선 의원의 비율이지, 다선 의원 모두를 기득권으로 봐선 안 된다"고 말했다.
4선 중진 의원인 우원식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그들은 기득권이기에 물러나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쌓은 기량으로 수구 기득권 집단에 맞서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드는 일에 앞장서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근거 없이 386, 586을 기득권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민주개혁 세력을 분열시기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