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사태와 대만 총통 선거의 함수관계는?

홍콩 사태 악화할수록 대만 반중정서 자극, 차이잉원 총통에 유리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 이전엔 국민당 한궈위 후보 우위
송환법 반대 시위 이후 현 차이잉원 총통 1위 자리 굳혀

홍콩 경찰이 지난 11일 센트럴 지역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자를 연행하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홍콩 민주화 시위에 중국 지도부가 강경 대응 입장을 천명하면서 내년 1월 치러지는 대만 총통 선거는 중국 바람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중국은 반중 성향의 차이잉원 현 총통보다는 친중 성향의 국민당 후보인 한궈워 가오슝 시장이 당선되기를 바랐다. 이를 위해 국민당 한궈워 시장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해 대만 정부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송환법 반대시위가 홍콩에서 본격화되면서 대만의 대선 판도는 뒤바뀌었고, 중국이 홍콩 사태에 개입할수록 대만 대선에서 차이잉원 총통의 재선은 가능성은 짙어지고 있다.

내년 1월 11일 치러지는 대만 대선은 여당인 민진당의 차잉잉원 총통과 야당인 국민당 한궈워 가오슝 시장의 2파전으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홍콩 사태 이전만해도 한 시장은 여론조사에서 차이잉원 총통을 크게 앞섰다.

지난 4월 대만 빈과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궈워 시장은 다양한 조합의 가상대결에서 모두 승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차이 총통과의 양자 가상대결에서도 한 시장은 51.4%, 차이 총통은 37.4%의 지지를 받았다.

대만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사진=연합뉴스 제공)
그러나 6월 17일~22일 실시된 TVBS 방송의 가상대결에서 차이 총통이 37%, 한 시장이 29%를 기록하는 등 송환법 반대시위가 홍콩에서 본격화되면서 차이 총통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이는 친중 후보인 한 시장이 총통이 되면 대만도 홍콩과 같은 운명이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대만 국민들 사이에 확산된 탓이다.

한 시장은 국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직후인 7월 15일 실시된 빈과일보 여론조사에서 '컨벤션 효과'로 잠시 1위 자리를 탈환하기는 했지만 그 때 뿐이었다.

홍콩 사태가 가라앉지 않으면서 차이 총통은 1위 자리를 되찾았고 9월부터는 차이잉원 총통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독주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4일 한밤중에 상하이 국제 수입 박람회에 참석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을 불러 폭력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을 강조했다.

이후 홍콩 경찰의 시위대에 대한 대응이 더욱 강경해졌고, 이런 와중에 시위현장 부근에 있던 대학생이 경찰이 쏜 최루탄을 피하려다가 지상 주차장 3층에서 2층으로 추락해 숨졌고 또 다른 대학생은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위중한 상태다.

홍콩 사태가 악화될수록 중국의 직접 개입 가능성은 커지는데 이럴수록 대만 대선에서 반중파인 차이잉원 현 총통에 힘이 실리게 된다.

변수는 있다. '대만판 트럼프'라고 불리며 인기를 끌었던 궈타이밍 전 훙하이정밀공업 회장이 지난 9월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중도 우파 야당인 친민당 쑹추이(宋楚瑜)주석을 러닝메이트로 불출마 선언을 번복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궈타이밍 회장은 애플의 주요 제품을 조립·생산하는 폭스콘의 창립자로 친중 성향이지만 중도층의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 9일 민중당의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 유세장에 모습을 드러낸 궈 전 회장은 본인과 쑹 주석의 러닝메이트 출마설과 관련해 웃음을 머금으며 "소식이 정말 빠르군요"라며 말해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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