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조국 vs '갑질' 박찬주…공감능력 없는 정치권

'불법만 아니면 문제 없다'는 인식...민심.시대흐름과 동떨어져
정의는 상대방 공격할때만 사용...정치권, 경쟁.견제 원리 작동 안돼

자유한국당 영입 인사로 거론됐던 박찬주 전 육군대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스퀘어 별관에서 자유한국당 영입 추진 보류와 공관병 갑질 논란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 기지화견장으로 들어오고 있다.(사진=이한형 기자)
'불공정' 논란을 일으킨 조국 전 법무장관 사태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이번에는 자유한국당이 영입을 시도한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공정.정의에 대한 요구가 강한 청년 등의 마음을 헤아지리 못하고 조 전 장관을 방어했던 여권이나 시대 변화상을 따라가지 못하고 구시대적 사고에 머문 인사를 내세우려고 한 한국당이나 '공감 능력 결여'라는 문제점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박 전 대장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기자회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군인권센터 소장은 삼청교육대 훈련을 받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임대훈 군인권센터소장은 지난 2017년 7월 박 전 대장과 부인의 공관병 갑질 의혹을 제기한 인물이다.

지난 1980년대 전두환 신군부가 사회정화 정책이라는 명복으로 설립했던, 가혹한 인권 유린 현장이 바로 삼청교육대다. 박 전 대장의 언급으로 역사로 기록됐던 삼청교육대는 포털 실시간 검색에서 순위를 다투기도 했다.

박 전 대장은 "공관에 있는 감을 따려면 공관병이 따야지 누가 따겠나?" "(공관에서의 아들 파티는) 일반적이진 않지만, 사회통념상 그 정도는 인정해줘야 한다"는 등 갑질 행위를 정당화했다.

앞서 그는 병사들이 하루 24시간 호출이 가능한 손목시계를 차고, 대장 부부의 식사 준비는 물론이고, 아들의 속옷 빨았다는 증언이 나왔다지만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자유한국당 영입 인사로 거론됐던 박찬주 전 육군대장이 4일 서울 여의도 63스퀘어 별관에서 자유한국당 영입 추진 보류와 공관병 갑질 논란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이한형 기자)
검찰은 이런 갑질은 직무와 관련성이 없어 형법상 직권남용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댔다. '갑질은 처벌할수 없다'는 당시 처분은 적지 않은 논란을 일으켰다.

다만 박 전 대장의 부인은 공관병들에 대한 폭행 및 감금 혐의로, 박 전 대장은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재판 중이다.

그를 첫 인재영입 대상으로 지목했던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좋은 인재들이 당에 많이 들어와서 국민을 위해 함께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일관된 입장"이며 철회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패스스트랙 표창장과 가산점 논란 역시 민심과 동떨어진 한국당의 현주소를 대변한다는 지적이다.

아직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조국 사태'에 대한 여권의 태도도 반성이 부족하긴 마찬가지다.

박 전 대장이 갑질에 대해 무혐의를 받은 사실을 내세우며 '큰 문제가 없다'고 한 것은 조국 전 장관을 옹호하던 여권의 논리와 너무 흡사하다. 여권에서는 '조 장관이 위법을 한 사실이 있느냐'고 항변해 왔다.

이에 대해 고위공직자인 국무위원에 대한 도덕성 기준을 크게 낮췄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뿐만 아니라 이해찬 대표나 이인영 원내대표는 '청년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는 요지로 사과했지만, 조국 사태는 여권의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여러 허점을 그대로 노정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인영 원내대표.(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국정을 책임진 여권이 국민여론을 거스르는 인사를 강행하고, 이 과정에서 합리적인 소통과정이 부족했던 점에서 그렇다. 청와대 인사 검증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그나마 조국 사태때만 해도 지지율이 크게 하락하고 위기감이 고조됐지만, 벌써 한국당에 대한 반사이익에 안주하는 모습이다.

이날 의원총회에서는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당이 침묵의 카르텔에 빠졌다", "공정에 대한 감수성이 떨어진다"는 등의 비판이 나왔지만 대세를 형성하지는 못했다.

여당 의원들 사이에선 최근 "내년 총선에서 크게 앞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지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인사청문회 당시 생각에 잠겨있는 모습.(사진=윤창원 기자)
하지만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결과가 또 어떤 후폭풍을 일으킬지 장담할수 없는 상황이다. 총선을 앞두고 경제 문제 등이 부각될 경우 이를 만회할 이렇다할 정책적 카드도 눈에 띄지 않는다.

여야가 변화와 쇄신은 고사하고 번갈아 가면서 악수(惡手)를 두는 것은 정치권에 경쟁과 견제의 원리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용인대 최창렬 교수는 "거대 양당이 서로를 비판하면서도 잘못된 것만 배운다"며 "지지층만 보는 파벌적인 진영논리가 강해 중도층을 의식하지 않는 행보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중도층을 흡수할 수 있는 강력한 중도성향 정당이 나와야 경쟁과 생산적인 정치 담론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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