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박준경 죽었다"…화곡 세입자 비극에 커지는 목소리

빈곤사회연대‧참여연대 등 약 38개 시민단체 성명…"세입자 비극 반복"
전문가들 "재건축 지역 재개발과 같은 수준 보상 법제화 필요"

지난 4일 서울 강서구 화곡 1구역 재건축 단지의 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A씨의 우체통에 요금 납부를 알리는 고지서들이 차 있었다.(사진=김재완 기자)
약 40개의 각계 시민단체들이 서울 강서구 화곡동 재건축 단지에서 50대 남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에 대해 서울시를 비롯해 정부와 국회에 대해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빈곤사회연대‧참여연대‧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등 38개 시민단체는 20일 성명을 통해 "지난해 아현동 재건축지역에서 목숨을 끊은 철거 세입자 고(故) 박준경을 떠나보낸 지 1년도 안 돼 또 다른 박준경이 죽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지난 4일 화곡 1구역 단독주택 재건축 지역의 한 주택 반지하 방에서 일용직을 전전하던 50대 남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생활고에 더해 재건축을 앞두고 곧 거리로 내몰릴 처지가 되자 극심한 심적 압박을 느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화곡 1구역 세입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비극이 언론보도를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 대책 없는 개발이 또 다시 사람을 죽인 것이다"며 "재건축이 민간개발 사업이라는 이유로 재개발에 주어지는 알량한 세입자 대책마저 전혀 보장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서울시는 이번 화곡동 세입자가 죽음에 이르는 동안 시 대책이 어디서 멈춰진 것인지를 밝히고 실효성을 담보해야 할 것이다"며 "국회와 정부는 재건축 지역 세입자에 대해 보상하는 기존 개정안의 미비점 등을 보완하는 추가조치를 포함한 전반적인 법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이사비와 영업손실비용 등을 보상받는 재개발 지역 세입자와 달리 재건축 세입자는 별다른 보상을 받을 방법이 없다.

지난해 12월 재건축 지역인 아현2구역에서 철거민 박준경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뒤 서울시는 지난 4월 재건축 사업시행자(조합)가 세입자에게 보상할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을 마련했지만 강제 조항은 아니어서 실효성은 없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됐다.

특히 이번 화곡 1구역에서 극단 선택을 한 세입자를 비롯해 이 지역 주거 및 상가 세입자들이 여전히 보상 한 푼 없이 밀려나는 처지란 사실이 CBS노컷뉴스 보도로 알려지면서 재건축 지역 세입자에 대한 이주대책 및 손실보상 의무화 등 법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원호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재건축사업이 주변에 미치는 공익적 효과를 고려하면 재건축 지역이 민간사업이라고 (세입자에게) 손실보상을 하지 않을 이유는 빈약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개발 지역과) 동등한 수준의 보상 여부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더라도 비자발적으로 쫓겨나는 사람들에 대한 주거 대책이 필요하다"며 "재건축 지역 세입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제도 개선에 나서야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홍정훈 활동가도 "재건축 단계서부터 세입자가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필요하다"며 "더 나아가 이주대책이 마련되도 경제적인 이유로 다른 곳으로 이주할 수 없는 세입자들이 많기 때문에 법을 개선해 세입자 부담을 줄이고 이후 단계적으로는 이주비 지원까지 갈 수 있도록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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