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만 무성하던 '프듀X'의 투표수 조작설이 사실로 드러났다. 단순히 합격권에서 순위가 달라진 게 아니라 합격과 탈락의 운명이 뒤바뀌었다. 경찰은 투표수 조작의 대가성 여부에 주목하며 수사를 확대중이다.
◇프듀X 조작 확인…기획사 동시다발 압수수색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1일 '프듀X'로 데뷔한 그룹 엑스원(X1) 소속 멤버들의 각 연예기획사를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다. 투표수 조작을 두고 제작진과 연예기획사 사이 금전거래 등 대가가 오갔는지 확인하려는 차원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찰은 '프듀X' 데뷔조로 선발된 11명 가운데 일부 연습생의 최종 득표수가 실제로는 탈락군에 속했던 사실을 파악했다. 탈락군에서 데뷔조로 순위가 뒤바뀐 연습생은 2~3명 정도로 전해졌다.
이미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된 담당 PD 등 제작진이 투표수를 조작하면서 그 대가로 뒷돈을 받은 사실까지 파악될 경우 강도 높은 형사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남민준 형사전문 변호사는 "제작진이 연예기획사로부터 데뷔를 목적으로 금전을 받았다면 배임수재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형법상 업무방해와 배임수재죄는 모두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1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엠넷(Mnet)이 조작을 알고 있었다면 사기죄도 될 수 있다. 남 변호사는 "유료 문자 투표에 참여한 시청자들로부터 투표 비용 100원을 받으면서 그들의 기대를 속이고 금전적인 이득을 취해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말했다.
조작을 모르고 있었다 하더라도 거짓 해명 논란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엠넷은 그간 "득표수를 집계·전달하는 과정에 오류가 있었지만 최종 순위에는 변동이 없다"며 조작 의혹을 번번이 부인해왔다.
그러다가 이번에 조작이 기정사실화되자 "경찰 수사가 진행중이라 공식 입장을 밝힐 수 없다"며 "현재로서는 엑스원의 향후 활동에 대해서도 왈가왈부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투표수 조작이 사실로 굳어지면서 문화예술계는 들끓고 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상대적으로 힘 있는 기획사가 취업을 청탁한 셈"이라며 "제작진이 시청자의 참여는 형식적으로만 보장하고, 결과는 자신들이 좌우하려 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나마 계층 이동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영역에서까지 조작이 있었다는 사실에 상실감을 느낀다"며 "일종의 펀딩(투자)처럼 투표에 참여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만큼 결과를 투명하게 산정해 유의미한 성과를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프듀X' 최종 득표 상위 11명은 지난 8월 그룹 엑스원으로 공식 데뷔했지만 조작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향후 활동에 지장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취업 사기라는 비판이 잇따르면서 억울하게 탈락한 연습생들의 구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빗발치고 있다.
앞서 시청자들은 '프듀X' 마지막 생방송 경연에서 유료문자 투표 결과, 유력한 데뷔 주자로 점쳐진 연습생들이 탈락하고 의외의 인물들이 데뷔조에 포함되면서 투표수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여기에 1위부터 20위까지 연습생들의 최종 득표수가 모두 '7494.442'라는 특정 숫자의 배수로 나타나면서 논란이 커졌다. 팬들은 진상규명을 촉구했고, 정치권에서는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까지 나서 엠넷을 비판했다.
하 의원은 1일 CBS 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안타깝게도 조작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며 "이런 일이 또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투표 조작 방지법'을 조속히 발의할 생각이다. 제도적으로 조작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시즌4인 '프듀X'뿐만 아니라 시즌 1~3까지 프로듀스 시리즈 전체로 수사가 확대된 상태다. 여기에 여자 아이돌 육성 예능 프로그램인 '아이돌학교'도 조작 의혹이 불거지면서 수사망에 올랐다.
'프듀X'와 마찬가지로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조작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만큼, 수사 결과에 따라 특혜를 받은 연습생과 반대로 피해를 입은 연습생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