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블랙홀 빠진 미국, 北 목소리 들릴까

北, 유엔연설서 미국 탓하며 태도변화 요구
美 탄핵정국에 북미대화 집중 어려워져…탄핵이슈 폭발력과 북한 태도가 변수

(사진=연합뉴스)
9월 하순쯤 북미 실무협상을 열자는 북한의 제안은 일단 불발됐다. 이에 북한은 북미 대화 교착의 원인을 미국 탓으로 돌리며 미국의 태도 변화를 요구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탄핵 정국이 시작되면서 북미 대화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외려 미국이 아닌 북한의 태도가 향후 대화 진전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에 나선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조미(북미) 관계가 좀처럼 전진하지 못하고 조선반도 정세가 긴장격화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이 시대착오적인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매달리면서 정치·군사적 도발 행위들을 일삼고 있는데 기인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사는 그러면서도 "우리는 미국이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계산법을 가질 충분한 시간을 가졌으리라 보고 미국 측과 마주 앉아 우리가 논의할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를 표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미협상이 기회의 창으로 되는가, 위기를 재촉하는 계기로 되는가는 미국이 결정하게 된다"며 이른바 '새로운 계산법'을 앞세워 미국이 태도를 바꿔서 협상장으로 나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9월 중 실무협상도 물 건너가는 등 현재 북미 관계가 교착 상태에 빠진 것은 미국 때문이며 미국이 입장을 전향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것. 또 지난해에 명시적으로 밝혔던 비핵화 의지도 이번에는 생략됐다.


김 대사는 그러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지 않았고, 노골적인 비판을 자제했다. 어느 정도 수위조절을 통해 북미 실무협상 재개의 불씨는 남겨둔 셈이다.

북미 실무협상이 수주 내에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문제는 미국 국내정치에서 터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라는 외세를 동원해 상대당 유력 대선주자의 비리를 캐려 했다는 의혹이 터져나오고 이것이 미 하원의 탄핵조사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를 보류한 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가진 전화통화에서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의 비리에 대한 수사를 하도록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은 여기에 더해 트럼프 행정부가 정보기관 직원의 내부고발을 막았다며 지난 24일 전격적으로 하원 소관 상임위 6곳에 우크라이나 의혹과 관련한 탄핵 조사 개시를 지시했고,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 상임위는 핵심 관계자들에게 소환장을 발부하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에맞서 트럼프 대통령과 여당인 공화당은 이번 사안은 탄핵조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과 함께 바이든 전 부통령의 비리 의혹에 초점을 집중하며 반격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처럼 미 정치권이 급속히 탄핵 정국으로 빠져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북미 협상 총괄지휘를 맡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미 하원 상임위 3곳으로부터 소환장을 받는 등 북미 협상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

김연호 미국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 연구교수(부소장)는 "올 연말까지 북미 대화가 진전이 없으면 내년에는 본격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대화 가능성은 거의 희박해 진다"면서 "현 시점에서 트럼프 탄핵 이슈가 급부상한 것이 북미 대화재개 국면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아직 탄핵절차는 막 시작된 것이고 앞으로 조사가 진행되면서 탄핵 이슈가 얼마만큼의 폭발력을 갖게 될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핵조사 이후 이렇다 할 실체가 드러나지 않을 경우 오히려 민주당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것. 반대로 탄핵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위기에 빠뜨릴 수 있는 혐의가 드러날 경우, 북미 대화 동력은 급격히 상실될 수 있다.

김 교수는 또 "북한이 얼마나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지도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전카드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활용할 가능성도 있는데 이는 북한이 적극성을 보여줘야 가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