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10일 공개한 '문화분야 성인지 인권환경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문화예술 분야 종사자(공연예술, 대중문화, 출판)는 예술인으로서 활동 기간 중 분야별로 11~34%가 성희롱·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연예술계는 '성희롱·성폭력을 가볍게 여기는 분위기(80.7%)', '엄격한 상하관계(58.4%)' 출판계는 '가해자와 불평등한 관계(63.7%)', '성차별적·권위적 조직문화(45.8%) 등을 성폭력 발생사유(중복응답)로 꼽아 문화예술계 성불평등 권력구조 개선을 위한 제도 마련 등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성폭력 피해 장소로는 공공활동 공간, 회식장소 등이 지목됐고, 작업 및 수업이나 연습 중에도 피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공연예술계는 '공동 예술활동 공간(51.2%)', '회식장소(50.2%)', '사적 만남 중(22.1%)' 순으로 나타났고, 출판계는 '회식장소(60.0%)', '업무 관련 미팅장소(38.3%)', '회사 내 개방된 장소(29.6%)' 순으로 성폭력 피해장소를 꼽았다. 대중문화계는 '술집/식당(방송 43%, 음악 30%, 만화 31.2%, 패션 30.1%)'에서 주로 성폭력 피해가 발생했다고 지목했다.
또 응답자의 절반 정도는 예술분야에 활동하면서 '주변사람(예술인)의 성추행을 목격하거나 전해들은 경험이 있다(49.0%)'고 응답했다. 가해자로는 '선배 예술가(71.3%)', '교수·강사(50.9%)', '기획자(30.8%)' 순이었다.
특히 이들 응답자 중 16.8%는 피해 시기로 '최근 1년'을 지목했다. 이는 '미투 운동'이 벌어지기 전인 '1년 이상~3년 미만(39.7%)', '3년 이상~5년 미만(36.6%)', '5년 이상~10년 미만(30.8%)'에 비해 현저히 줄어든 수치지만, 여전히 문화예술계에 성추행 등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을 방증한다.
아울러 문화예술계 종사자는 '성희롱·성폭력 피해 방지'를 위한 제도적 노력의 가장 우선 순위로 '가해자 처벌 강화'를 꼽았다.
공연예술계는 '가해자의 예술활동 공공지원 제한(80.5%)'을 가장 우선 순위로 꼽았으며, 출판계와 대중문화계는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1순위로 지목했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 피해자 중 2차 피해를 겪은 비율은 64.2%로 피해자의 절반 이상이 2차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확인됐다.
2차 피해 내용으로는 '업계에 나쁜 평판이 퍼지는 것(32.7%)'가 가장 많았으며, '문화예술계 활동에 불이익(28.7%)', '가해자 주변인들의 회유 또는 협박(14.8%)', '내 신상정보 및 피해 사실 공개(11.5%)' 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문체부는 이번 실태조사를 근거로 ▲ 성별화된 권력문화 개선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 가해자 제재를 위한 고충·심의 제도를 운영하며, 가해자 재발방지를 위한 교육과 상담을 의무화 할 예정이다.
이어 ▲ 피해자 대응체계 강화를 위해 분야별 대응지침을 확산하고, ▲ 2차 피해를 포함한 피해자의 보호 및 지원 체계를 강화하며, ▲ 문화분야 특수성을 고려한 예방교육 콘텐츠와 표준행동강령을 개발·확산하고 예방교육도 확대할 예정이다.
또 이번 실태조사와 그간 추진했던 문학·미술·사진 분야, 영화 분야, 스포츠 분야 등의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와 문화예술계 특별조사단 운영결과 등을 토대로 후속 대책을 마련하고 추진할 방침이다.
문체부 정책 담당자는 "향후 법적 근거를 마련해 신뢰도 높은 실태조사를 정례적으로 추진하고, 민관협의체 구성 및 운영으로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방지를 위한 중장기 이행안(로드맵)을 마련하는 등 실효성 있는 양성평등문화정책을 수립·추진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보고서는 문체부 누리집에서 확인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