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강상현, 이하 방심위)는 9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자유한국당과 조선일보의 로고를 넣은 KBS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4조(객관성)를 위반했다고 판단해 법정제재인 '주의'(벌점 1점)를 결정했다.
◇ KBS, 자유한국당 로고 들어간 '일본 불매운동' 이미지 방송
KBS는 지난 7월 18일 메인뉴스 '뉴스9' '"숨은 일본 제품 찾아낸다"…소비자들 '대체 국산품' 정보 공유' 리포트에서 "'독립운동은 못 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 모든 일본제품 거부하는 '5NO 운동', 이런 댓글에 '좋아요'가 많이 달려있다"라고 보도하며 누리꾼들이 제작한 이른바 '5NO 운동' 로고를 화면에 내보냈다.
KBS가 보도를 통해 소개한 'NO, 안 뽑아요', 'NO, 안 봐요'는 누리꾼이 만든 '안 가요', '안 사요', '안 봐요', '안 뽑아요', '안 먹어요' 등 일본 제품 불매를 독려하는 이미지 중 일부다.
보도 이후 KBS는 자사 홈페이지와 '뉴스9'를 통해 사과했으며, 잇따른 논란에 보도본부장 교체가 이뤄졌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해당 보도에 대해 총선개입 의도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지난 7월 25일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와 25억 3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한국당은 또 KBS를 공직선거법·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고, KBS에 1억 원, 양승동 KBS 사장과 취재기자 등 7명을 상대로 각 1000만 원씩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방심위 전체회의에서도 KBS 보도를 두고 정치개입 의도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며 제재 수위와 적용 조항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야당 추천 전광삼 위원은 KBS 보도에 대해 "공영방송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특정 정당을 폄훼했다. 의도가 있었다고 본다"라며 '해당 방송프로그램의 관계자에 대한 징계'(벌점 4점) 의견을 냈다.
또 다른 야당 추천 이상로 위원 역시 "(해당 이미지에 대해서) KBS가 방송에 내보내기 전 이미 SNS 상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있었다. KBS 같은 공영방송이 자기가 만든 게 아닌 시청자가 만든 외부 콘텐츠를 가져다 쓸 때는 조심해서 써야 하는데, KBS는 일부러 조심하지 않았다"라며 "의도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 공영방송사가 분명히 정치적 개입을 한 것이다. 정치적 개입을 노골적으로 해도 방심위는 KBS를 제재할 수 없다는 아주 오만한 생각을 KBS가 갖고 있다. 이번에 KBS에 강한 징계가 내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계자 징계 의견을 내겠다"라고 말했다.
반면 여당 추천 심영섭 위원은 "정당에 대한 명예훼손 부분은 보도 내용을 두고 볼 때, 정당 스스로 방어할 능력이 된다. 그리고 최고 책임자인 보도본부장이 이미 사퇴한 상황이며, 문제를 인지하고 즉각 사과조치를 취했다"라며 "방송사업자에게 자율 규제를 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는만큼, 그런 부분을 감안해서 권고 의견을 내겠다"라고 말했다.
이소영 위원(여당 추천)은 "공정성과 명예훼손은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본다. 이미지에서 문제가 된 것은 하나는 불매의사를 표현한 이미지, 다른 하나는 낙선 의사를 표시한 이미지인데, 이게 명예훼손이 되는지 의문"이라며 "남는 것은 결국 보도의 내용과 무관한 이미지를 가져다 쓴 방송 실수의 문제 하나가 남는다. 그런 건에 대해서 그동안 우리가 취해온 조치는 대부분이 권고였다. 또 일부 사안에서 권고를 줬는데도 나아지지 않고 반복되는 경우 주의를 줬다. 그래서 권고 의견을 내겠다"라고 설명했다.
법정 제재와 적용 조항을 두고 오랜 논의 끝에 주의 의견 5명, 권고 2명, 해당 방송프로그램의 관계자에 대한 징계 1명으로 최종 제재 수위는 '주의'로 결정됐다. 또한 당초 논의했던 제9조(공정성) 3항, 제14조(객관성), 제20조(명예훼손 금지) 1항 중 제14조만 적용하기로 했다.
한편 지상파, 보도, 종편 등이 방송심의 관련 규정 위반의 정도가 중대한 경우 내려지는 '법정제재'를 받는 경우 방송통신위원회가 매년 수행하는 방송평가에서 감점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