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이날 오전 10시 10분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에 대한 최종 판결을 내린다. '미투'를 상징하는 사건이 된 만큼 해당 판결의 파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안 전 지사는 지난 2017~2018년 김씨에 대해 러시아, 스위스 등 국내외 숙박시설에서 4차례 피감독자 간음, 관용차 내 1차례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도지사 집무실을 포함한 여러 장소에서 5차례 강제추행을 저지른 혐의를 받는다.
앞서 안 전 지사는 지난해 8월 1심에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올 2월 항소심에서는 10개 공소사실 중 9개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받고 법정구속됐다.
냉탕과 온탕처럼 하급심의 결론이 달랐던 것은 '업무상 위력'의 행사 여부와 '피해자다움'을 바라보는 재판부의 시각 차이, 즉 '성인지 감수성'이 판가름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1심 재판부인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조병구 부장판사)는 안 전 지사와 김씨의 관계상 위력의 '존재'는 인정하면서도 위력의 '행사'는 별개로 봤다.
당시 재판부는 "안씨가 김씨를 포옹한 것, 외롭다고 안아달라고 말한 것 외 별다른 유·무형의 위력이 행사된 사정이 있지 않은 이상 안씨의 언행이 김씨의 자유의사를 제압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위력을 행사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한 "안 전 지사의 행위가 미투의 사회적 가치에 반한다고 언급하거나 오피스텔 문을 열고 나가는 등으로 최소한의 회피와 저항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은 김씨를 탓하기도 했다. 재판부가 김씨를 장시간 신문하는 과정에서 '정조'라는 표현이 등장했다는 사실도 논란이 됐다.
반면 항소심을 심리한 서울고등법원 형사12부(홍동기 부장판사)는 충남도청 집무실에서 발생한 강제추행 1건을 제외한 9건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봤다. '업무상 위력'의 개념을 폭넓게 해석한 것이다.
2심 재판부는 "안씨는 권력적 상하관계로 김씨가 적극 저항하지 못하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을 이용해 성폭력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안씨가 현직 도지사이자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로서 지니고 있었던 '위력'을 인정한 것이다.
아울러 김씨가 안씨의 지시를 따라 식당을 알아보는 등 범행 뒤 보인 행동이 "피해자답지 않다"고 공격한 안씨 측 주장을 "편협하다"고 일축했다. 성폭력 피해자의 반응은 하나로 정형화되지 않는다는 취지에서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대법원의 판례를 인용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상고심이 사실관계를 다투는 게 아닌 '법리심'인 만큼 2심 판결이 확정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내다보는 분위기다.
성폭력을 주로 담당해온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항소심에서는 (1심과 달리) 구체적 사실관계를 전체적 맥락 속에서 파악했기 때문에 대법원 판결은 항소심과 마찬가지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보호법익 관점에서 '위력의 행사'에 대해 1·2심의 판결이 나뉘었던 부분도 법리판단을 정리해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유사사건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대법원이 '일부 유죄'로 파기환송을 할 수 있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또다른 변호사는 "비슷한 사건들의 경우, 재정신청을 해도 법원에서 기각하는 경우들이 꽤 있어서 2심이 확정돼도 우려되는 부분이 있는 게 현실"이라며 "대법원이 (화제가 된) 안희정이어서 할 수 있는 판결이 아니라 다른 일반인들의 사례에도 적용될 수 있는 법리를 내놓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2심의 유죄 판결이 확정될시 국회에서 논의 중인 '비동의 간음죄' 입법도 더욱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강간죄 요건을 완화하거나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