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의 펀드운용사 실소유 논란, 왜 조국을 겨냥하나

"코링크PE, 조국 조카 실소유" 증언 이어지는데…부실 해명
펀드와 운용사 동시에 투자돼…처남 돈이냐 조국 돈이냐
조국 민정수석 전후 자금모집·투자…'한탕' 노린 투기자본?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의혹 중 상당수는 조 후보자의 '직접행위'가 아니라 가족이나 친척과 연관돼 있다. 특히 사모펀드 투자와 관련해 조 후보자는 지난 23일 배우자와 딸·아들 명의의 사모펀드를 기부하겠다며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하지만 조 후보자의 5촌 조카와 처남이 해당 펀드의 운용자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를 실소유하고 경영했다는 의혹은 해명하지 못한 상태다.

오히려 이들이 실소유주로 판단되는 정황이 추가로 제기되면서 의혹이 증폭됐다. 조 후보자가 문제의 펀드를 정리하더라도, 실소유주 의혹이 해명되지 않고 처남 정씨도 지분을 청산하지 않는다면 펀드를 둘러싼 각종 논란은 말끔히 해결되기 어렵다.

◇"코링크PE, 조국 조카 실소유주" 증거 나오는데…해명은 부실

코링크PE는 조 후보자의 배우자와 딸·아들이 10억5000만원을 투자한 '블루코어밸류업1호'를 운용한 회사다. 코링크PE의 실소유주가 중요한 것은 조 후보자가 공직자윤리법상 예외로 인정한 '간접투자'를 한 것이 맞는지 따져보기 위해서다.

공직자윤리법에서 고위공직자의 직접 주식 보유를 제한하고 백지신탁하도록 하는 것은 이해충돌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이에 주식 외에 펀드처럼 투자자와 분리된 운용자가 알아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재산을 관리해주는 것은 규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조 후보자가 투자한 펀드의 운용자가 '잘 아는' 사람이고, 해당 펀드에 조 후보자 측의 자금밖에 들어가지 않은 '가족펀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간접투자'가 아니라 조 후보자 가족이 마음대로 투자대상을 지정하고 정관도 변경할 수 있는 사실상 직접투자가 되기 때문이다.

조 후보자는 민정수석 당시 사모펀드 투자 경위와 코링크PE 실소유자 관련 의혹에 대해 "조카 조모씨가 친하게 지내던 코링크PE 이상훈 대표를 배우자(정경심 교수)에게 소개했지만, 조씨가 투자대상을 선정하는 등 펀드운영에 관여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조씨가 코링크PE의 '총괄대표'라고 적힌 명함과 관련해서는 2016년 특정 거래 1건을 위한 '원포인트 명함'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CBS노컷뉴스가 지난 25일 확보한 증언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코스닥 상장사 더블유에프엠(WFM)의 투자유치 설명회에 참석한 투자자 A씨는 회사 측 관계자로 나온 조씨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조씨는 앞서 '2016년 원포인트 명함'이라던 그 명함을 투자자들에게 건넸다.

WFM은 코링크PE가 2017년 10월 인수한 회사다. 인수 이후 이 대표가 WFM 대표도 맡고 있다. WFM 사업보고서 어디에서도 조씨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럼에도 WFM이 공식적으로 투자자들을 불러 모은 행사에서 이 대표가 아닌 조씨가 대표처럼 행동한 것이다. 코링크PE의 실질 대표 역시 이 대표가 아닌 조씨라는 의심이 강해지는 상황이다.

만약 코링크PE의 실제 대표가 조카 조씨라면 조국 후보는 이해충돌 논란을 비껴가기 어렵다. 정부 정책을 들여다 볼 수 있었던 청와대 민정수석이라는 직위 때문에 특정 정책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업체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펀드와 운용사 동시에 투자돼…처남 돈이냐 조국 돈이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이해충돌 문제 외에 조 후보자 측 자금이 여전히 코링크PE에 남아있을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조 후보자의 처남 정모씨는 2017년 3월 코링크PE 1주당 200만원씩 250주를 매입했다. 원래 주당 1만원짜리여서 정씨의 보유지분은 0.99%에 불과하지만 실제로는 5억원을 투자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5억원 투자가 이뤄지기 2주 전 조 후보자의 배우자인 정경심 교수가 동생 정씨에게 3억원을 대여했다는 증서를 공개했다. 정씨의 코링크PE 투자금이 정 교수 등 조 후보자 측 자금일 수 있다는 의혹이다.

이 경우 조 후보자가 블루코어밸류업1호에서만 배우자와 자녀 명의 투자금을 기부하겠다고 한 것만으로는 의혹을 털 수 없다. 코링크PE는 이 펀드 외에도 현재 2개의 펀드를 더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17년 10월에는 코링크PE가 직접 코스닥 상장사 WFM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가 되기도 했다.

한국당 '조국 인사청문회 대책 TF' 소속인 김용남 전 의원은 코링크PE가 블루코어밸류업1호가 지분투자한 비상장사 웰스씨앤티와 WFM을 합병해 시세차익을 보려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규모와 기업가치가 작은 웰스씨앤티가 합병을 위해 가치를 부풀린다면 블루코어밸류업1호 투자자들에게 이득이 된다. 동시에 시장에서는 인수·합병(M&A) 이슈로 WFM 주가가 오를 수 있다. 정씨의 투자금이 조씨 측에서 왔다는 의혹대로라면, 펀드와 코링크PE 양쪽 모두에 투자한 조 후보자 가족이 막대한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시나리오다. 한편으로는 불공정거래 소지가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조 후보자 측은 블루코어밸류업1호 투자금에 대해서만 기부의사를 밝혔다. 코링크PE에 투자된 자금 출처와 이례적인 투자방식에 대한 의문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

◇조국 민정수석 전후 자금모집·투자…'한탕' 노린 투기자본?

조 후보자 가족의 투자가 불미스럽다는 의심을 사는 것은 시점과도 관련이 있다. 코링크PE는 2016년 2월 설립 이후 총 4개의 펀드를 조성했는데 이 중 3개가 2017년 5월 전후로 투자활동을 벌였다. 조 후보자의 민정수석 임명 시기와 묘하게 맞물려 있다.

조 후보자 가족이 투자한 블루코어밸류업1호는 2016년 7월 설립됐지만 1년간 출자이행액이 없었다. 2017년 7월에서야 정 교수와 딸·아들, 정씨와 아들 2명이 총 14억원을 투자한다.

이후 코링크PE는 2017년 8월에 60억원, 10월에 80억원 규모로 펀드 2개를 추가로 조성하는데, 모두 단기간에 목표 투자금액을 조달하는 데 성공한다.

특히 코링크PE가 2017년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직접 투자한 WFM에서도 지분 매입을 완료한지 약 두 달 만에 매입 원금을 상당부분 회수하는 장외매매를 성사시켰다.

기존에 교육 업체였던 WFM은 코링크PE 인수 후 2차전지 음극재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나섰지만 올 상반기 기준 매출액은 '0원'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단정할 수는 없지만 코스닥 인수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테마주 이용 사례"라며 "시장에서 인기 있는 '쉘(껍데기)'을 만들어 단기간에 시세차익을 보고 나가는 형태"라고 말했다.

WFM의 투자행사에 참석했던 투자자는 "조국의 조카카 아니었다면 설명회에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후보자의 직계가족이 직접 투자하지 않은 코링크PE와 펀드들에서 이뤄진 투자에 대해서도 다음달 2~3일 열릴 청문회에서 충분히 소명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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