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일본의 수출규제에 관한 황 대표의 입장에는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황 대표는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본의 경제 보복 파장이 심각하다"며 "예고된 참사에 아무런 대비도 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일이 터진 후에도 대응을 제대로 못하는 문재인정권을 보면 정말 가슴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의 본질은 과거로부터 발이 묶여 있는 한일관계가 결국 오늘의 불행한 사태를 일으켰다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문제에서 정부가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해 문제가 불거졌다는 뜻으로 읽힌다.
시간이 흐르면서 명분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일본이 당초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를 하면서 앞세운 이유는 강제징용 배상판결인 것으로 보인다. 원래 강제징용 소송은 2012년 5월 대법원이 파기환송한 뒤 이듬해 원고승소로 판결이 났으나 일본기업이 재상고를 하면서 지난해 10월 원고 승소가 확정됐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정부의 관료들과 양승태 사법부는 재판을 지연하며 결과를 뒤엎으려 한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2013년 12월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에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로 1차 소인수회의가 열렸다. 회의 목적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모르는 사이에 재상고사건 재판을 지연하고 결론을 번복하자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 차한성 법원행정처장과 함께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 대표가 참석했다.
이듬해 11월 초 김기춘 실장은 2차 소인수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윤병세 장관은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확정되면 한일 외교마찰이 심각할 것이라며 1차 회의 때와 같은 우려를 나타냈다. 2차 회의 참석자는 김 실장과 윤 장관, 박병대 법원행정처장, 황교안 법무장관 등이었다.
결국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원고 승소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법무장관이었던 황 대표는 이같은 박근혜정부와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 시도를 파악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황 대표는 박근혜정부가 피해자의 의사를 무시하고 졸속으로 강행한 한일위안부합의 당시 국무총리였다.
황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며 "시간을 끌면 한일관계의 복원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고 지적했다. 황 대표의 말대로라면 박근혜정부가 재판거래를 하느라 시간을 끌다 한일관계의 복원을 더욱 어렵게 한 셈인데 여기에는 당시 소인수회의에 참석해 김기춘 비서실장, 윤병세 외교부장관과 손발을 맞추었던 황 대표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