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자연스럽게 삼성바이오 수사가 대법원에 1년 넘게 계류 중인 '국정농단' 사건 선고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대법관도 신문을 본다"…국정농단 선고 '여론 본다' 지적
검찰의 삼성바이오 수사는 지난 2월 '사법농단' 수사가 일단락되면서 본격 시작됐다. 증권선물위원회가 분식회계 의혹으로 고발해 시작한 수사였지만, 수사 과정에서 삼성전자 본사 차원의 조직적인 증거인멸 의혹이 드러났다.
그제까지 삼성전자 재경팀 부사장 등 관계자들 8명이 증거인멸 등 혐의로 줄줄이 구속됐다. 이제 검찰수사는 정현호(59) 삼성전자 사장과 이재용 부회장을 향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 2심 재판부가 삼성의 승계 작업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아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그는 현재 불구속 상태에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검찰이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을 위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가 벌어진 것으로 보고 있어, 삼성의 승계 작업 여부를 판단해야하는 대법원이 1년4개월가량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선고를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국정농단 사건의 쟁점이 복잡해 대법원이 고심한다고는 하지만 너무 오래 생각하는 것 아닌가 싶다"면서 "대법원이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판국에 왜 삼성바이오 수사 결과를 기다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간부급 검사는 "대법원이 법률심(사건의 법률문제만 심판)인 것은 맞지만 대법관들도 신문을 본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이 부회장을 수차례 만나 대규모의 반도체 투자 약속도 받은 만큼, 대법원이 경제문제에 민감한 정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를 수사하는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 범죄 혐의나 시기는 대법원에 있는 국정농단 사건과 중첩되거나 관련 있는 것은 맞지만, 대법원 일정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진 않고 있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그렇다면 박근혜(67)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은 언제쯤 확정판결이 나올까. 일단 삼성바이오 수사와 박 전 대통령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혐의 2심 판결이 나온 뒤를 예상하는 분위기다.
이미 정치권에서부터 그런 목소리가 노골적으로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지난달 7일 "이 부회장 뇌물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검찰의 삼성바이오 회계사기 수사 이후 내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과 내부 관계자들의 증거 인멸 정황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있는 만큼, 대법원 판결은 검찰의 분식회계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유예돼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 수사는 8월쯤으로 예정된 검찰 인사에 맞춰 이르면 다음 달 중으로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박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활비 수수 혐의 항소심도 오는 20일 박 전 대통령이 재판에 출석하지 않을 경우 당일 심리를 종결하고 다음 달 중순쯤 선고기일을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종합했을 때, 이르면 오는 9월쯤 국정농단 대법원 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적어도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중 한쪽은 다시 항소심 판단을 받아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 전 대통령 2심 재판부는 삼성그룹에 승계 작업이 포괄적 현안이었고, 이와 관련한 '묵시적 청탁'이 인정된다며 영재센터 지원금 16억2800만원을 뇌물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 2심 재판부는 경영권 승계 작업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고, 부정한 청탁 역시 없었다며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뒤집었다.
오는 20일 속행기일로 지정된 대법원 전원합의기일에서 이와 관련한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