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올들어 네번째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논의한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11월 0.25%p 인상된 이후 지금까지 연 1.75%로 동결돼 있다.
올들어 세차례 회의에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 유지" 방침을 고수한 한국은행은 세번째 회의 뒤 발표문에서 '완화 정도의 추가조정 여부' 검토 관련 문구를 삭제했다. 따라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희박하고, 인하 또는 동결 결정이 이번 회의에서 나올 전망이다.
금리 인하론은 침체 수준인 경제상황을 근거로 한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반도체 수요 회복이 더뎌 수출 금액지수도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하락세다. 소비자물가 증가율은 4개월 연속 0%대로 침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KDI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로 0.2%p 낮추면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조합을 확장적 기조로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내부에서도 "지나치게 낮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해야할 시점"(조동철 금통위원)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진정 국면에 든 만큼, 인하 여력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1분기 가계신용(대출+할부) 증가율은 전분기 대비 0.2%로 지난해 4분기(1.5%)에 비해 7배 급감했고, 전년동기 대비 증가율(4.9%)도 9분기 연속 둔화세다.
하지만 이번 금통위 회의에서도 인하보다는 동결 결정이 유력한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정책금리(2.25~2.5%)와 격차를 더 벌리게 된다면 외국인 투자자 이탈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외자 유출시 1200원을 목전에 둔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까지 촉발할 수 있다.
가계부채는 증가세가 둔화했다지만 1500조원을 훌쩍 넘긴 규모 자체가 이미 경제에 부담 요인인 점도 지적된다. OECD에 따르면 우리 가계부채는 순가처분소득의 186%로 일본(106%)이나 미국(109%)을 압도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금은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할 때가 아니다"라거나 "시장이 앞서가고 있다"며 '인하 반대'를 고수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금융투자협회의 전문가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100명 중 97명이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대신 이번 회의에서는 동결 결정이 나오더라도 '전원 일치'가 아니라 '소수의견'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 안팎에서는 최근 물가상승률 둔화를 지적한 조동철 위원이나, 신인석 위원 등 '비둘기파' 금통위원들이 인하론을 낼 수 있다고 본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0.25%p 인상 때 동결 입장을 내면서 인상에 반대했다.
금통위 소수의견 등장 여부는 향후 기준금리의 향배를 읽을 수 있는 신호가 된다. 최근 사례를 보면 인상 소수의견으로 등장한 몇달 뒤 실제 기준금리가 올랐고, 반대의 사례도 있었다.
2017년 11월 기준금리 인상(1.25%→1.5%)을 한달 앞둔 10월 금통위에서는 이일형 위원의 인상 소수의견이 나왔다. 지난해 11월 인상(1.5%→1.75%)을 앞두고도 이일형 위원(7월·8월·10월 금통위)과 고승범 위원(10월 금통위)의 인상 소수의견이 있었다.
2016년 6월 기준금리 인하(1.5%→1.25%)를 앞두고는 하성근 당시 금통위원이 2월·3월 금통위에서 유일한 인하론 소수의견을 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