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질병' 도입 두고 부처 간 이견…게임 산업 영향 두곤 평행선

복지부 "도입 필요…산업 영향無" vs 문체부 "WHO에 이의제기…게임 산업 위축 우려"
'게임중독 질병코드 적용 결정권한' 통계청 "WHO 新질병코드, 무조건 따른다고 말 못해"

'게임중독 질병 규정'(사진=연합뉴스)
지난 주말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하는 내용을 포함한 새로운 질병분류법(ICD-11)을 통과시켜 2022년부터 적용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런 질병분류법을 국내에도 도입할지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찌감치 게임중독 질병지정이라는 입장을 세운 보건복지부가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질병분류법 국내 도입을 공식화하려 했지만, 게임 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협의체 불참을 선언하며 복지부의 움직임에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양측은 특히 게임중독 질병분류가 게임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복지부는 26일 2022년 WHO ICD-11 공식발효에 대비해 관련 부처와 단체, 전문가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꾸리고 여기서 게임중독 질병규정 국내 도입 등에 관한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게임중독 질병지정을 공식화하려는 움직임에 게임업계는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준비위원회'는 "(게임질병코드 도입은) 아직 충분한 연구와 데이터 등 과학적 근거가 확보되지 못한 상황"이라는 미국정신의학회 공식 입장을 근거로 "게임장애 질병코드 지정은 너무 성급한 판단"이라며 "이는 게임과 콘텐츠 산업의 뿌리를 흔들 수 있다"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런 움직임에 더해 게임 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도 "복지부 주도 협의체 불참"을 선언하며 게임중독 질병코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상태다. WHO에서 관련 논의가 진행될 때부터 "게임 과이용에 대한 진단이나 징후, 원인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고 게임 과몰입의 가장 주된 원인은 게임 자체가 아니라 학업 스트레스 등 사회 심리적 환경"이라고 밝혀온 만큼 WHO의 결정에는 추가로 이의를 제기한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청사 전경(사진=연합뉴스)
문체부의 이런 반응에 복지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모양새다.

복지부 관계자는 "게임중독 질병분류는 중독자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목적"이라며 "(게임중독 질병분류 도입이)게임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보는데 게임업계와 문체부가 반대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등록되더라도 게임규제 권한을 갖고 있는 문체부가 규제를 강화하지 않으면 영향이 없는데 문체부가 나서서 반대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문체부에 대한 서운함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당장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자는 것이 아니라 2022년 정식 발효될 때까지 시간이 있으니 논의하자는 것이고 진단기준을 명확하게 규정하면 오히려 불필요한 불안과 걱정을 덜어줘 게임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진화작업에도 불구하고 관련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자 복지부는 "게임중독 질병도입의 법적인 권한은 통계청에 있고 복지부는 복지부의 입장을 밝혔을 뿐"이라며 한 발 물러선 모양새다. 그러면서도 "우리나라가 WHO의 질병분류법을 도입하지 않은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통계청은 "지금까지 WHO의 ICD를 따르지 않은 적은 없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이번에도 (우리가) '전례대로 WHO를 따른다'고 정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이전(ICD-10)까지는 ICD 분류에 질병명과 코드만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WHO의 ICD코드를 따르지 않은 적은 없다"며 "하지만 이번(ICD-11)에는 질병명과 코드뿐 아니라 질병의 정의 등 (ICD) 내용이 훨씬 더 방대해졌기 때문에 저희가 (이런 분류법을 종전처럼 모두 따를지 등을) 검토를 하고 해당 부처와 관련된 곳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새로운 질병분류법이) 한국 실정에 맞는지 확인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게임중독 질병등록과 관련된 부처 간 온도차이가 뚜렷한 가운데 문체부는 복지부 주관 협의체가 아닌 국무조정실 등이 주관하는 협의체가 구성될 경우 참여해 의견을 개진하겠다는 뜻을 밝혀 국무조정실 협의체에서 이 문제에 대한 합의점이 도출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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