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뿐 아니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 한일 정상회담 개최 등 각종 고위급 만남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역대 최악'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한일 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2~23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에 참석 중이다.
23일(현지시간)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과 외교장관 회담을 가질 예정인데,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을 포함한 양국 간 관심사안에 대한 폭넓은 의견교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갈등이 불거진 이후 3개월만에 외교 수장들의 만남이 이뤄지는 것이어서 관계 개선의 돌파구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제기된다.
게다가 이번달 열릴 아시아안보회의 계기 추진되고 있는 한일 국방장관 회담이 성사되면 그간 악화일로만 걸어온 한일 외교관계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이 가장 심각하게 인식하는 강제징용 판결 문제부터 초계기 갈등 등 외교·국방 분야에 전방위적으로 겹친 갈등 요소들에 대해 고위급 차원에서 대화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또 다음달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이 열리게 된다면 그 결과에 따라 한일관계에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본이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해 중재위 개최 요청을 하는 등 물러서지 않을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점이 변수다. 고노 외무상은 이번 회담에서 강 장관에게 일본 정부가 요구한 제3국 위원을 포함한 중재위 개최를 받아들일 것을 직접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내 일본기업 압류자산 매각 움직임에 예민해진 일본 측은 '과거사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투트랙으로 가져가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어느 한쪽이 중재위 구성에 동의하지 않으면 중재위가 구성될 수 없지만, 일본으로서는 국제적인 분쟁 해결 절차를 밟고 있다는 인상을 줌으로써 우리 정부를 압박하는 효과는 거둘 수 있다.
또 이번 사안 관련 한국 정부 대응에 대한 불만을 들며 한일정상회담을 하지 않을 가능성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5~6월에 걸친 한일 외교 이벤트들이 한일 관계의 '악화'를 지연시키는 역할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원인이 남아있는 한 쉽사리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 정부는 민사소송에 개입이 어렵고, 일 측이 제안한 중재위나 ICJ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로서는 한일이 자체적으로 여러 고민을 거친 뒤 조정,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 상태라면 새로운 안이 나오기 어렵고, 고위급 회담에서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정도의 의사밖에 전달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결국 일본으로서는 강제징용 판결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할 것이고,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갈등 해결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다퉈보는 방안 역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 후쿠시마 수산물 판결 사례에서 보듯 이번 사안 역시 국제적인 판결에서 우리가 불리하다고만은 볼 수 없다. 관계개선을 위한 시간을 벌 수도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