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비핵화 셈법 바뀌었을까, 개성공단 방북 등 韓과 조율

대북지원· 개성공단, 남북 · 북미대화 재개 물꼬 트이나

(사진=자료사진)
정부가 대북 인도적 지원을 결정하고 3년 3개월만에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을 전격 허용하면서 북미· 남북 교착국면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특히 정부의 결정은 미국과 협의 하에 이뤄진 것으로 보여 미국의 비핵화 협상 접근법이 미세한 궤도수정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20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8일~11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한을 계기로 각급 채널을 통해 정부의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등을 조율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허용에 대해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17일 언론브리핑에서 미국과 필요한 내용들을 공유해 왔고 미국도 우리 측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가 2016년 2월 개성공단을 전면폐쇄한 뒤 기업인들은 그동안 자산점검을 위한 방북 신청을 8차례나 해왔지만 정부는 미국의 반대 등을 감안해 승인을 미뤄 왔었다.


국제기구를 통한 북한 아동과 임산부의 영양지원 및 의료지원을 위한 800만 달러 공여에 대해서도 미국 국무부는 17일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지난 8일 전화통화에서 이미 지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고 밝혔다.

한미 양국의 공조 또는 교감 하에 추진되고 있는 대북 인도적 지원 등은 6월말 한미정상회담 이전에 북미· 남북관계의 교착국면을 풀 모멘텀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아직 이에 대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마다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북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800만달러 대북 인도적 지원은 이미 2017년에 결정했던 사안이고 직접 지원도 아닌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이기 때문에 북한이 거부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금강산관광과 함께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는 재개 의사를 밝힌데다 북한 매체들도 최근 남한 당국에 개성공단 재가동의 결단을 촉구해왔기 때문에 기업인들의 방북을 불허할 이유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선 한미 양국의 최근 일련의 움직임을 볼 때 북한의 제재해제 요구에 막힌 미국의 비핵화 협상 접근법이 궤도 수정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로선 국내 정치여건상 북한의 제재완화 요구를 수용할 수 없는 만큼 비핵화의 상응조치로 한국 정부를 통한 대규모 대북 인도적 지원,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제재면제 조치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한 소식통은 "한국 정부의 대규모 쌀 지원,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재개만 해도 북한 경제에 어느 정도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며 "개성공단 등은 한국 정부의 결정이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는 제재면제 조치 등으로 제재완화에 대한 국내 반발을 피할 수 있는 카드"라고 말했다.

대북 쌀 지원의 경우 정부는 지원 방침 자체는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17일 "조만간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의 구체적 계획을 국민 여러분께 밝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등을 위한 남북대화 재개, 대규모 쌀 지원 등을 통해 6월말 한미정상회담 이전에 북미대화 재개의 모멘텀을 마련한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대북 쌀 지원 등을 수용하더라도 북미대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북한은 3차 북미정상회담 용의를 밝히면서도 미국에 '새로운 셈법'을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 법무부가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Wise Honest)호를 압류조치한 것도 새로운 악재로 떠올랐다.

한 북한 전문가는 "지금 시점에서 북미대화 재개를 얘기하기에는 이르다"며 "정부도 대북 지원 등에서 북한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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