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일정서' 확산일로…'사나 논란' 연예계로 불똥

국민적 반일감정 고조…사나 SNS글 갑론을박
"일본인에게 연호는 일종의 시간적 감각"
"현재 한일관계 굉장히 나빠져 있단 의미"

트와이스 사나.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2019년 한국 사회는 반일 정서가 그 어느 때보다 드높은 상태다.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라는 역사적 시간이 맞물렸기도 하거니와 제1야당 원내대표의 "반민특위" 발언으로 '토착왜구'라는 표현이 확산되며 그 반감은 더욱 커진 상태다.

이처럼 반일에 대한 국민적 감정이 고조돼 있는 상태에서 그 불똥이 연예계로 튀었다.

지난 30일 가깝고도 먼 이웃나라 일본의 제125대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재위 30년 3개월 만에 퇴임했다. 이에 따라 1일 나루히토(德仁) 새 일왕이 즉위하고 연호도 헤이세이(平成)에서 레이와(令和)로 바뀐다.

이날 걸그룹 트와이스의 일본인 멤버인 사나는 자신의 본국인 일본의 시대가 바뀜에 대한 감상을 트와이스 공식 SNS 계정에 적었다.

"헤이세이 출생으로 헤이세이가 끝나는 건 어딘지 모르게 쓸쓸하다. 헤이세이 수고했다. 레이와라는 새로운 시작을 위해 헤이세이 마지막 날인 오늘을 깔끔한 하루로 만들자. 헤이세이 고마워. 레이와 잘 부탁해. '팬시'도 잘 부탁해"

사나의 글이 올라오자마자 일부 언론은 헤이세이를 '일왕'으로 지칭하며 확대 해석해 보도를 했고, 네티즌들은 앞다퉈 비판을 내놨다.

네티즌들은 그간 트와이스 멤버들이 3·1절이나 광복절 등 한국인에게 뜻깊은 기념일에는 별다른 SNS 활동이 없었고, 굳이 사나의 개인 계정도 아닌 팀의 공식 계정에 일본어로 글을 남길 필요가 있냐며 비난을 이어갔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왕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연호를 사용해 새 시대의 개막을 알리지만, 사나가 언급한 헤이세이를 두고 일왕이라고 콕 집어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더욱이 일본인으로서 연호 변경에 대한 소회를 쓴 것을 두고 과하게 비난할 일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네티즌도 있다.

앞서 이낙연 총리도 일왕 퇴위와 관련한 SNS 글로 논란을 낳았다.

(사진=이낙연 총리 SNS 캡처)
이 총리는 "내일 일본이 '헤이세이' 시대를 마치고, '레이와' 시대를 엽니다. 한일관계를 중시하셨던 아키히토 천황님께 감사드립니다. 즉위하실 나루히토 천황님께서는 작년 3월 브라질리아 물포럼에서 뵙고 꽤 깊은 말씀을 나누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레이와' 시대, 한일 양국이 미래를 함께 준비하는 새로운 우호협력관계를 구축하기 바랍니다. 일본국민께 인사드립니다"라고 썼다.

네티즌들은 이 총리의 '천황님' 표현을 문제 삼으며 비판했다. 급기야 정부 관계자는 언론에 "천황이라는 표현은 공식 외교 용어"라고 해명하며 "존칭을 쓴 데에 대해서는 '정치적 수사'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상명대 한일문화콘텐츠학과 조규헌 교수는 1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본인에게 있어서 천황의 명칭은 일종의 '시간적 감각'"이라고 설명햇다.

조 교수는 사나 논란과 관련해 "우리나라에서는 천황을 침략 전쟁 역사로 보는 측면이 강하고 일본인도 그걸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근본적으로 일본인은 천황이라는 존재에 시간을 바라본다는 관점을 준다"고 말했다.

즉, 사나 등 일본인의 측면에서 천황의 퇴위는 문화적인 시간 감각이라는 뜻이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이 (사나 논란을) 비판하는 게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일본에서는 연호라는 형태로 시대를 아우르는데, 그와 함께 천황의 즉위·퇴위가 일상화돼 있다"면서 "사나 또한 천황을 염두에 뒀다기 보다는 하나의 시대가 넘어갔다는 시간의 흐름을 이야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세종대 호사카 유지 교수는 불거지는 논란을 두고 "최근 한일관계가 많이 안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이날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국인들의 반일감정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던 것이지만, (이런 논란이 확산된 것은) 현재 한일관계가 굉장히 나빠져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호사카 교수는 나빠진 관계의 원인 중 하나로 '강제징용 판결'과 그 후폭풍을 꼽았다.

호사카 교수는 또 이 총리의 '천황님' SNS에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천황이라는 표현이 공식 외교 용어라고 할지라도 대중들이 볼 수 있는 SNS에 그런 표현을 사용해 한국 사람들의 감정을 거슬렀던 것 같다"라면서 "좋은 한일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메시지기 때문에 동기는 문제 없다 할 수 있지만, 절차상 방법론의 아쉬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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