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자유한국당이 국회 7층 의안과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회의실을 각각 점거하면서 이틀 연 속 몸싸움이 발생한 이후 지난 주말은 큰 몸싸움 없이 소강상태를 유지했다.
격렬한 몸싸움 대신 여야는 설전(舌戰)을 벌였다. 난장판이 된 국회의 책임을 상대에게 떠넘기며 조금이라도 여론의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먼저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패스트트랙은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것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대화와 협상을 하자는 것"이라며 불법과 폭력에 대해서는 검찰 고발로 강하게 맞서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30분 뒤 기자회견을 연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한국당 의원 전원이 고발되더라도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며 맞불을 놨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은 문희상 국회의장에 오신환.권은희 의원에 대한 사.보임을 취소하라고 촉구했고, 국회 정개특위 위원장인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한국당의) 불법 사태를 유야무야 넘긴다면, 헌정유린과 국정농단의 씨앗이 된다"며 한국당 측을 검찰고발하겠다고 했다.
이밖에도 국회 사무처는 오신환.권은희 의원에 대한 문희상 의장의 사.보임이 불법이 아니라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냈고, 이에 오신환 의원은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국회 사무처는 경거망동하지 말고 정치적 중립을 지켜라"라고 비난했다.
민주당과 한국당 대변인도 논평에서 '광기', '폭주' 등 거친 언사로 서로를 헐뜯었다.
지난 주말 이틀 동안 몸싸움 대신 휴식을 취한 여야는 다시 29일부터 패스트트랙을 놓고 '전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일단 근무표를 짜고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회의장을 24시간 지키고 있다. 온몸으로 민주당과 야3당 의원들의 출입을 저지해, 회의를 막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아직 언제, 어떻게 정개특위와 사개특위를 개의할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야간에라도 기습적으로 회의를 열고 패스트트랙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자칫 '날치기'처럼 비칠 수도 있다는 우려도 함께 있는 상황이다.
다만, 다음달 8일로 임기가 끝나는 홍영표 원내대표는 "제가 시작한 일이니, 제가 마무리 하겠다"면서 임기 내에 패스트트랙 절차를 끝내겠다고 암시했다.
다음달 8일까지는 10일이 남았지만, 8일은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투표날이기 때문에 실제 임기는 7일까지다. 9일 정도로, 일주일 가량 남은 셈이다.
민주당은 정개특위, 사개특위 소속 의원들은 물론 당 지도부와 원내 지도부 모두 여의도 주변에서 비상대기를 지시한 상태다.
언제라도 한국당의 육탄 저지를 뚫고 회의를 열어 패스트트랙을 처리하기 위한 대비다.
관건은 캐스팅보트를 쥔 바른미래당 소속 정개특위 사개특위 위원들의 회의 출석 여부다.
바른미래당 정개특위 위원으로 김동철.김성식 의원과 사개특위 위원으로 임재훈.채이배 의원은 모두 패스트트랙 찬성론자들이다.
다만,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사개특위 위원이었던 오신환.권은희 의원을 사임한 것을 두고 당내 반발이 거세게 일어나면서 이들조차도 당내 눈치를 보는 상황이다.
채이배 의원은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혹시라도 민주당이 개의를 하겠다고 온락이 오면, 특위 소속 의원님들과 원내대표 등과 상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