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잠시 멈춰서 나와 내 삶을 돌아볼 때 '무의미하다', '허무하다'라고 느끼는 순간,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보지 않았을까. 내 인생의 '의미'는 무엇일까, '삶'의 의미가 무엇일까 한 번쯤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우리는 처음부터 잘못된 질문을 던지고 잘못된 해답을 찾으려 했는지 모른다. 유시민 작가는 우리에게 "내가 내 인생에 어떤 의미를 부여해야 할까"라고 질문을 던지라고 조언해줬다. 누군가의 답이 아닌 '나'의 답을 찾으라는 것이다.
김중혁 작가는 길고긴 우주의 역사를 생각하면 점도 안 되는 사소한 삶인데 자신의 행위가, 삶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에 관한 고민을 유시민 작가에게 이야기했다. 유 작가는 '찰나'에 불과한 인간의 인생에서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떻게 답을 찾아가야 할지 자신의 생각을 풀어놨다.
천문학자인 칼 세이건은 태양계 무인 탐사선 보이저 1호가 61억km 거리에서 촬영한 지구의 사진을 보며 지구를 '창백한 푸른 점'이라고 이야기했다. 저서 '창백한 푸른 점'에서 칼 세이건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렇게 멀리 떨어져서 보면 지구는 특별해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인류에게는 다릅니다. 저 점을 다시 생각해보십시오. 저 점이 우리가 있는 이곳입니다. 저 곳이 우리의 집이자, 우리 자신입니다. 여러분이 사랑하는, 당신이 아는, 당신이 들어본, 그리고 세상에 존재했던 모든 사람들이 바로 저 작은 점 위에서 일생을 살았습니다. 우리의 모든 기쁨과 고통이 저 점 위에서 존재했고, 인류의 역사 속에 존재한 자신만만했던 수천 개의 종교와 이데올로기, 경제체제가, 수렵과 채집을 했던 모든 사람, 모든 영웅과 비겁자들이, 문명을 일으킨 사람들과 그런 문명을 파괴한 사람들, 왕과 미천한 농부들이, 사랑에 빠진 젊은 남녀들, 엄마와 아빠들, 그리고 꿈 많던 아이들이, 발명가와 탐험가, 윤리 도덕을 가르친 선생님과 부패한 정치인들이, '슈퍼스타'나 '위대한 영도자'로 불리던 사람들이, 성자나 죄인들이 모두 바로 태양 빛에 걸려있는 저 먼지 같은 작은 점 위에서 살았습니다."
"양적으로 보면 하루살이의 삶과 인간의 삶이 별로 안 달라요. 하루살이가 이틀 산다고 그러더라고요. 인간의 시간으로 이틀 산다고 그러는데. 우리가 예컨대 80년을 산다, 그러면 이틀과 80년의 차이가 되게 많은 거 같지만 우주의 시간이나 지질학적 시간, 생물학의 시간으로 보면 되게 찰나거든요. 그날 하루의 활동에서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뭔가를 하면 그 하루는 되게 괜찮은 하루잖아요. 그게 뭐가 됐든, 자기에게 의미가 있으면 되는 거 같아요."
유시민 작가는 노무현 대통령처럼 '보통 사람의 말'을 하고 싶었다. 유 작가는 노 대통령의 '보통 사람의 말'에 대해 "언어, 그 언어가 그냥 '보통 사람의 말'이다. 어려운 말을 안 쓴다"라며 "모든 내용을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로 바꿔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문장에 담는다. 완전히 자기 자신의 언어로 말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첫 정치 데뷔 무대에서 이른바 '백바지 사건'으로 불리는, 정장을 차려입고 권위를 내세우는 정치인의 모습이 아니라 하얀 바지의 캐주얼 정장을 입고 나타나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유 작가는 "제가 이제 약간 삐딱해요. 보기 싫더라고요. 그렇게 진한 색, 짙은 색 정장을, 거의 다 남자들이 그렇게. 넥타이 메고 다니면서. 하는 짓들은 엉망이고"라며 권위를 벗어나고 싶었던 당시의 마음을 밝혔다.
덕분에 유시민 작가를 둘러싼 이러저러한 소문도 무성하고 말도 많다. 유시민을 평가하는 말들, 유시민을 단정하는 말들, 유시민을 정의내리는 말들에 대해 유시민 작가는 "I don't care(상관없다)"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전쟁 같은 여의도 정치판에서 다른 사람을 저격하며 치열하게 싸웠던 유시민도, 글을 쓰고 유튜브 방송을 하고 예능에도 출연하는 지금의 유시민도 모두 '나'라고 이야기한다.
1980년대 민주화를 위해 길거리로 나가 싸우고 '민주주의'를 외치고 고문당하고 감옥에서 시간을 보냈던 유시민, 정치계에 입문해 날 세우며 직언을 던지던 유시민은 결국 자신이 인생에 의미를 부여해가며 살아가는 과정이었다. 공격도 당하고 상처도 입었지만, 투쟁의 과정을 거쳐 민주주의를 쟁취한 것처럼 삶을 살아가는 것도 세상과 자신과의 투쟁의 연속인지 모른다. 그렇게 매 순간 어떤 의미를 하나하나 기워나가며 '나의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들어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왜 싸워 시끄럽게 하면 민주주의 망하는 거예요. 일정 부분은 어쩔 수 없다. 그냥 조금이라도, 조금씩이라도 나아지면 된다. 민주주의라는 건 누덕누덕 기운 누더기 같은 거예요."(유시민 작가)
그리고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를 조금 더 소중하게 대하고 아끼고 칭찬을 해주라고 유시민 작가는 이야기한다.
"내가 나한테 잘 해주려고 노력하지. '수고했어.' 너 나름 열심히 산 거 같아, 그 동안에. 의미 있게 살려고 애쓴 거 같아. 그런데 내가 너한테 좀 함부로 한 거 같아. 앞으로 나한테 좀 더 잘해줄게, 그런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