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청와대 수석 비서관·보좌관 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이제 남북 정상회담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추진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또 "나는 지금까지 그랬듯이 또 한 번의 남북 정상회담이 더 큰 기회와 결과를 만들어 내는 디딤돌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중재자가 아닌 당사자가 되라'는 비난에 응답했다.
한미정상회담 직후 북미정상회담을 다시 성사시키기 위해 북한과 대화할 뜻을 적극적으로 내비친 것이다. 한미, 남북 대화를 통해 적극적으로 비핵화 중재안을 찾고 대화의 불씨를 다시 붙여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남은 것은 북측의 응답이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인 반응은 없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공개적으로 남측의 중재역할을 비판하고 나선 상황에서 빠른 시일 내 남북 교류 제안을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체로 그간 한미정상회담이나 남북정상회담은 특사를 보낼 경우 먼저 특사 파견 사실을 공개한 뒤 회담이 구체화되곤 했다.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문 대통령이 특사 발표 이전에 직접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제안,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해 9월 대북 특사 파견 당시에도 우선 특사를 파견한 뒤 남북정상회담이 확정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 정부가 지난 김정은 위원장의 시정연설을 보고 당장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을 것으로 인식했을 것"이라며 "대북특사 등 이야기를 먼저 꺼내면 추진도 해야 하는데 북한으로부터 긍정적 반응이 없을 경우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신뢰도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생각했어야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도 한미정상회담에서 얘기된 것을 들어보고 싶어할 텐데, 물밑접촉을 통해 들어보고 마음에 들면 특사수용이나 정상회담으로 진전될 수 있겠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시정연설을 보면 상황이 간단치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북미 간 이렇다 할 중재안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이 우리와 섣불리 관련 교류를 시작하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할 수 있다. '하노이 결렬' 이후 북한과의 물밑접촉을 통해 대북특사 파견은 이르다는 거절의 의사를 전달받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미측이 북한이 밝힌 '연내'보다 더 빨리 북미정상회담을 하기를 바란다고 밝히는 등 북미 모두 대화 의지만은 확실히 밝힌 상황에서, 내년 우리나라 총선과 미국 대선 등 정치적 이슈로 집중도가 흐려지기 전 이 상황을 빠르게 진전시키려는 문 정부의 의도도 엿볼 수 있다.
우리 정부는 향후 북한과 실무자급 물밑접촉, 특사파견 등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며 소통을 이어나가기 위한 시도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외교소식통은 "북미가 공개적인 기싸움을 이어나가고 있음을 고려하면 당분간 공개적인 제안보다는 물밑접촉으로 의사를 타진, 설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현재 북미 간 비핵화에 대한 이견이 확고해진만큼, 북미 모두의 변화를 견인할 수 있는 중재안을 찾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