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보고서 채택 여부와 상관없이 2기 내각 구성을 오는 10일 이전까지 끝내겠다는 입장으로 향후 정국 냉각은 불가피해 보인다.
◇靑, 방미 전 2기 내각 정식 출범 목표…임명 강행 택할 듯
문재인 대통령은 2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김연철 통일부·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오는 7일까지 재송부해줄 것을 국회에 요구했다.
국회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에게 송부해야 하는 시한은 전날 자정까지였다.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은 법률이 정한 대통령의 권한이므로 당연한 수순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박영선·김연철 후보자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보고서 채택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정한 시한은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
먄약 국회가 오는 7일까지 세 후보자에 대한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으면, 문 대통령은 채택 여부와 관계 없이 후보자들을 임명할 수 있다.
청와대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오는 10일 문 대통령의 방미 이전에 장관을 임명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게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윤 수석은 임명 강행이 검증 과정인 인사청문회를 무시하는 것일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미국에서도 인사청문회를 하면 여당, 야당 의견이 갈린다. 그렇다고 해서 인사청문회를 무시했다고 평가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단,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오는 4일 진영 후보자에 청문보고서 채택을 위한 전체회의를 열기로 했다.
만일, 박영선·김연철 후보자가 보고서 채택 없이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정부 출범 뒤 장관에 대한 10번째 임명 강행이 된다. 전임 박근혜 정부가 임명을 강행한 장관은 9명이었다.
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임명 강행 기조를 분명히 한 것은 한미정상회담 이전에 내각 구성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오는 7일까지 재송부를 기다리고, 8일에 장관들을 임명한 뒤, 9일 국무회의에 신임 장관들을 데뷔시켜 2기 내각의 출범을 정식으로 알리겠다는 것이다.
이미 청와대는 청문보고서가 채택된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를 임명해 3일부터 업무에 착수하도록 했다.
여기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핵심 부처인 통일부와 정부가 마음을 돌리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자영업·소상공인 정책의 주무부처인 중소기업벤처부를 오래 비워둘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듯하다.
◇조국·조현옥 벼르는 야당… 표류하는 주요 법안 어쩌나
문제는 야당의 반발이 거세 한동안 정국이 얼어붙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야당은 오는 4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할 예정인 조현옥 인사수석을 강하게 질책하기 위해 벼르고 있다. 조국 민정수석도 불러 부실검증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조국, 조현옥 수석을 당장 경질하고 김연철, 박영선 후보자 지명을 철회해 달라”며 “이것 없이는 국회에서 원만한 협조를 하기 어렵다”고 경고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두 수석의 부실검증 책임론에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윤 수석은 이날 ‘두 조 수석을 지키려는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에 “지킨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정확하게 모르겠다”면서 “지킨다는 것은 주관적인 판단의 영역”이라고 반박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두 수석에 대한 거취나 책임 등을 논의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조국 수석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 권력기관 개혁의 제도화를 완수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기에 청와대는 현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야당과의 충돌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야당의 협조 없이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나 최저임금 결정체계 등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민생 관련 법안 처리와 공수처 설치 등 권력기관 개혁 논의가 멈춰버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따라서 집권 3년차를 맞아 이제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목표도 한동안 표류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