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재수사를 통해 2011년 가습기 사태 당시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던 SK케미칼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재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권순정 부장검사)는 전날 당시 SK케미칼 실무자들을 불러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소환 조사 대상에는 가습기 원료 물질을 제조·연구하고 이를 관리한 연구소 직원들과 판매에 관여한 영업 담당 직원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가습기 살균제 원료 물질 제조와 유해성 인지 여부, 제품 판매 경위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습기 관련 업계와 검찰 안팎에서는 SK케미칼 김철(59) 대표에 이어 당시 실무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가 이어지면서 SK케미칼을 향한 본격 수사가 시작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SK케미칼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목을 끄는 것은 SK케미칼이 가습기 살균제 원료 공급과 제조에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가습기 살균제는 1994년 유공(현 SK이노베이션)에서 처음 개발했다. 이어 옥시와 애경 등이 가습기 살균제 시장에 뛰어들었다.
SK케미칼은 주요 가습기 살균제 원료 물질인 'PHMG'·'PGH'와 'CMIT'·'MIT'를 모두 공급했다. PHMG·PGH는 CMIT·MIT에 앞서 유해성이 입증돼 옥시·홈플러스·롯데마트 관계자들이 처벌을 받았다.
질병관리본부의 '가습기 살균제 건강피해 사건 백서'에 따르면 첫 제품이 나온 뒤 2011년까지 17년간 20여종이 출시됐으며 모두 800만명이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SK케미칼은 2016년 검찰 수사 당시 옥시에 납품한 화학물질인 'PHMG' 원료 공급과 관련해 검찰 조사 대상에 올랐지만, 기소를 피했다.
'PHMG를 옥시 등의 제조사가 아닌 중간도매상에게 판매했기 때문에 그 물질이 가습기 살균제 용도로 쓰이는 줄도 전혀 몰랐다'고 내놓은 주장이 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10년 넘게 원료를 공급한 SK케미칼이 사용처를 몰랐다는 점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검찰도 SK케미칼이 가습기 살균제 원료 물질의 유해성을 사전에 알고도 공급했는지 등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SK케미칼에 대한 이번 검찰 수사가 주목받는 이유다.
한편 검찰 안팎에서는 유해 성분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해 판매한 혐의를 받는 안용찬(60) 전 애경산업 대표의 구속영장이 최근 기각되면서 검찰 수사가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안 전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직전에 영장전담 부장판사와 고교 동문인 변호사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지면 적절성 논란도 불거졌다.
하지만 검찰은 안 전 대표에 대한 보완 수사는 물론 SK케미칼에 대한 수사를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분위기다. 한 차례 기각된 안 전 대표의 영장도 재청구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