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귀국도 열차편?…3대 관전 포인트

60시간이나 기차 타고 온 뒤 자동차로 160km 이동
귀국시 항공편 이용하면 시진핑과 회동 가능성 불투명
탁현민도 무릎 탁 친 이벤트 효과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 참석을 위한 4500km 열차 대장정으로 일찌감치 세계의 이목을 끄는데 성공했다.

김 위원장은 26일로 예상되는 베트남 하노이 도착 후 귀국 전까지도 다양한 외교 이벤트를 통해 효과를 극대화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 60시간 기차 여행 뒤 2시간 거리는 자동차로? 왜?

현재 중국 내륙을 가로지르며 남하하고 있는 김 위원장이 정작 베트남에서는 기차 대신 자동차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게 제기된다.

베트남 교통당국은 25일 오후 7시부터 26일 오후 2시까지 베트남 북부 접경인 동당에서 하노이까지 도로를 통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의문점은 기껏 열차 이동이란 수고를 자청한 마당에 겨우 약 160km를 남겨놓고 자동차로 갈아타는 이유다.

동북아에서 동남아에 이르는 장대한 열차 이동의 대미를 장식하려면 수도 하노이 자럼 역에서 하차해야 제대로 된 그림이 만들어진다.

물론 그의 조부인 김일성 주석도 1958년 중국 광저우까지만 열차로 이동한 뒤 항공편으로 하노이에 도착했다. 하지만 당시는 철로 연결이 제대로 돼있지 않았던 시절이라 지금과는 사정이 다르다.

한 가지 유력한 추정은 중국과 베트남 철로의 궤간 거리가 다르다는 것이다. 중국은 북한과 마찬가지로 표준궤(1435㎜)를 사용하지만 베트남은 협궤(1000㎜)를 쓴다.

그러나 양국은 베트남전 당시 물자 수송 등을 계기로 하노이까지는 표준궤와 협궤를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철도 레일을 1개 추가했다.

중국발 기차가 베트남 국경을 넘어 동당까지 올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양국 간 열차 이동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의 '방탄 열차'가 노후한 동당-하노이 구간을 통과하는데 무리가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더 무거운 화물열차도 천천히 가기만 한다면 운행에 지장이 없다는 반론도 있다.

◇ 갈 때도 기차로 가나…시진핑 회동 여부 주시

김 위원장의 열차 이용과 관련해 더욱 관심을 끄는 부분은 귀국할 때도 마찬가지 방식을 택할지 여부다.

이미 약 60시간의 장거리 여행을 한 상태여서 전용열차의 편의시설이 아무리 잘 갖춰졌다 해도 피로도가 클 수밖에 없다.

열차 이동 기간 중 경호와 교통통제 등 지원을 아끼지 않은 중국 측에 또다시 폐를 끼치는 것도 부담 요인이다.

항공편 귀국이 결정돼도 어차피 이 열차는 중국 내륙을 관통해 먼 길을 되짚어 가야 하지만 중국 측의 수고는 크게 덜게 된다.


김 위원장이 귀국 방식이 내포한 더 큰 함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동 여부다.

만약 열차편으로 귀국한다면 시 주석과의 회동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하노이로 갈 때는 베이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남하했지만, 귀국 시에는 중국 측이 제공한 편의를 생각해서라도 외면할 수가 없다.

이와 반대로 김 위원장이 항공편 귀국을 선택한다면 시 주석 회동 가능성은 다소 낮아진다. 이럴 경우 북중관계와 관련해 다양한 해석이 뒤따를 것이 분명하다.

다만 하노이에서 출발하되 베이징에 중간 기착하는 방식으로 회동이 이뤄질 여지는 남아있다.

◇ 탁현민도 놀란 이벤트…'일석다조' 다목적 포석

김 위원장의 열차 이동은 21세기 정상외교에서는 유례가 없는 일이다. 비행기로 5시간 남짓이면 충분한데도 그 10배가 넘는 약 60시간이나 소모하는 것은 분초 단위로 움직이는 정상외교 방식이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지금까지는 소기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열차 이동을 강행한 데에는 낡은 전용기 사정과 이에 따른 안전 문제가 가장 큰 이유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 외에도 △할아버지 후광 효과 △중국과의 우의 과시 △대외적 선전효과 극대화 △권력 장악 과시 등 다용도의 효과를 동시에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25일 개인 논평에서 "북한의 나이든 세대에게서 '청년 김일성'과 호찌민 주석의 과거 정상회담 기억을 되살아나게 할 수 있다면 김 위원장에 대한 노년층의 무조건적인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핵·경제 병진노선을 폐기하고 미국과의 대화에 나선데 대해 혹시 있을지 모를 북한 내 강경·기득권 세력의 반발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도 풀이된다.

김 위원장의 '하노이 루트'가 과거 김일성 주석의 베트남 방문 때와 다른 것 중 하나는 중국 개혁·개방의 설계자 덩샤오핑의 '남순강화'를 연상시킨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은 25일 김 위원장의 열차 이벤트에 대해 "역사적 의미 등 충분한 스토리를 만들어 냈다"며 "북측 의전팀의 탁월한 판단과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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