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에는 제천 스포츠센터에서 불이 나 29명이 숨졌고 지난 19일에는 대구 사우나 화재로 3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이보다 앞선 지난 2005년에는 대구 수성구의 한 목욕탕에서 폭발 사고가 나 불이 번지면서 6명이 숨졌고 1991년에도 울산의 한 목욕탕에서 10명이 숨지는 유사한 사고가 있었다.
비슷한 사고가 되풀이 되면서 시민들 사이에서는 "무서워서 목욕탕 가겠냐"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목욕탕이 유독 화마에 취약한 원인은 무엇인 지,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는 지 전문가에게 물었다.
◇복잡한 공간 구조…대피에 어려움 많아
우리나라 목욕탕이나 사우나는 탈의 공간이 구획으로 나누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람 키보다 높은 높이의 옷장으로 곳곳이 구획화 되어 있는데 이는 프라이버시 보호, 수납 공간의 효율화를 위해서다.
하지만 이런식의 구조가 불이 났을 때는 장애물이 된다.
특정 목욕탕을 자주 가는 사람이라면 입,출구나 구조에 대한 인지가 충분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길을 찾지 못해 버벅거리기 십상이다.
높은 옷장으로 곳곳의 시야가 막혀 있다보니 한눈에 대피로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민대 이용재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목욕탕이라는 공간 구조상의 특성이 화재 대피를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로 불이 나면 비상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목욕탕 이용객들에게 주출입구 외에 비상 대피로를 알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제천 화재 당시에는 가장 많은 사망자가 2층 여탕에서 발생했다.
이번 대구 사우나 화재에서도 사망자 3명 중 2명이 탕 내에서 발견됐다.
이는 밀폐적인 목욕탕 특성상 사고 인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욕탕 내에는 습기가 심하고 온도가 높아 화재경보설비가 설치되기 어렵다. 이를 위한 기술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까지는 전무한 상황.
법적으로도 욕탕 내 화재경보설치는 규정돼있지 않다.
불이 나도 탈의실의 화재 경보가 울리거나 운영자가 불이 났다고 외친 뒤에서야 이를 알 수 있는 구조인 거다.
서울시립대 이영주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불이 시작된 지 불과 몇 분만에 연기가 퍼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시 욕탕을 이용하고 있던 이들의 위험도가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탕 안에 위치한 별도의 사우나실이나 수면실을 이용하고 있었던 경우 밀폐성이 더 커 맨 마지막에 화재 발생을 알아차리면서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선진국에서는 어느 곳에서나 들을 수 있게 곳곳에 화재경보기를 설치한다"며 우리나라도 이런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더 나아가 "욕탕 안이나 사우나실 안에는 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시각 경보장치도 마련하는 방안까지 고려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목욕탕은 대부분 보안 등의 이유로 통유리 창으로 되어 있는 곳이 많다.
연식이 오래된 목욕탕의 경우 수동 개방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신체 노출 위험이 있어 주로 잠금장치를 해둔다.
이럴 경우 화재가 발생해도 쉽게 창문을 열 수 없게 된다.
공 교수는 "만약 화재 상황에서 창문이 열린다면 유독가스 농도가 크게 떨어져 대피에 도움을 주고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많다"고 강조했다.
다만 급박한 상황에 대피를 우선하느라 창문 열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화재를 감지하면 자동으로 열리는 배연창을 의무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는 배연창은 6층 이상 건물에만 설치하도록 돼있으나 목욕탕처럼 화재 위험이 큰 곳은 의무 설치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에 대해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은 "다중이용시설의 후진국형 참사가 대구에서 또 발생했다"며 "소방당국은 다중이용시설 전체를 대상으로 화재 취약요인에 대해 전문가와 함께 종합적인 점검을 실시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시민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