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분담금 1조원 돌파…해마다 협상 '굴레'

美, 50% 인상요구는 접었으나 해마다 인상시키겠다는 전략 관철
내년 이후 분담금 협상 상반기에

한국과 미국의 방위비분담금 협상 수석대표인 장원삼 외교부 방위비분담협상 대표(오른쪽)와 티모시 베츠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 대표가 10일(현지시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제10차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문에 가서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미 당국이 총액 1조389억원, 유효기간 1년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2019년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에 10일 합의했다.

1991년 1차 한·미 SMA 이후 처음으로 다년 계약이 아닌 1년짜리 계약이 맺어진 것으로 우리 정부는 해마다 미국의 분담금 인상 압박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분담금 총액도 이번에 처음으로 1조원을 넘기게 됐다. 미국의 당초 50% 인상 요구에서는 물러섰지만 해마다 협상을 통해 한국측 부담을 늘리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돼 당장 올 상반기부터 시작해야 하는 내년치 분담금 협상에 진통이 예상된다.

한국 측 장원삼 외교부 방위비분담협상 대표와 미국 측 티모시 베츠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 대표는 10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제10차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문에 가서명했다.

총액은 지난해 분담액 9602억원에서 올해 한국 국방예산 인상률(8.2%)을 적용해 산출됐다.

유효기간은 1년으로 하되 2020년도 협정이 시기를 넘겨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양측이 증가율 등을 협의해 연장 적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외교부는 미 측이 대폭 증액을 요구했지만 ▶주한미군의 한반도 방위 기여도 ▶한국의 재정 부담 능력 ▶한반도 안보 상황 등을 고려해 양측이 납득 가능한 합리적인 수준에서 분담금이 합의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 1차 회의를 시작한 이번 협상은 미국이 10억 달러(1조1240억원)를 마지노선으로 내세워 진통을 겪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그러다가 미국이 비용 대신 유효기간을 우선순위로 제시했고 이를 우리나라가 받아들이면서 타결로 이어졌다.

한국의 목표치였던 1조원은 넘어섰지만 미국이 주장한 유효기간 1년을 받아들임으로서 미국 요구액인 10억 달러를 방어한 셈이다.

그러나 이번처럼 우리 국방예산 증가율에 맞춰 해마다 7~8%씩 방위비 분담금이 늘어날 경우 결국 트럼프 대통령 임기내에 분담금이 10억달러 이상에 도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현지시간) 미 의회 하원 회의장에서 열린 신년 국정연설에서 "다른 나라들에게 방위비 분담금의 공평한 몫(fair share)을 부담하게 하고 있다"며 "수년간 부당하게 지불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들의 분담금을 1000억 달러 증액해 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 후보시절부터 동맹국들의 안보무임승차라고 비난했던 했던 그가 동맹국들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강하게 밀어부치겠다는 의지를 재차 확인한 것이다.

미국이 주한미군 철수나 자동차 관세 등 다양한 안보 경제이슈를 동원해 분담금 인상 압박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미국은 이번 협정에서 전략자산 전개 비용인 작전지원(operational support) 항목의 신설 요구는 철회했다.

이번 협정 결과에 대해 자유한국당에서는 매년 갱신해야 하는 한미 방위비협상은 결코 양국 간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또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등 일부 시민단체는 "방위비 분담금 8.2% 인상은 부당하다"며 재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방위비 분담금의 삭감을 바랐던 우리 국민의 뜻에 정면으로 반하고 남북 및 북미 간 적대관계 종식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한반도 정세에도 역행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 정세의 진전에 따라 주한미군의 역할도 축소가 불가피하다"며 "남북관계의 전면적 발전 및 북미 관계 정상화에 합의한 판문점 선언과 평양 선언 및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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