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안대교 요금소 직원들, 차량 달리는 교각 건너서 출근
평일 낮 광안대교 벡스코요금소. 한 여성이 계단을 이용해 다리 위에 오르더니, 도롯가에 서서 차량 흐름이 멈추길 기다린다.
차량 몇 대가 빠르게 요금소를 통과한 뒤 도로가 조용해지자, 여성은 황급히 차선 하나를 가로질러 노란색 요금부스 안으로 들어간다.
요금소에서 나온 다른 여성 역시 앞뒤를 살피며 차가 오지않는 것을 확인한 뒤 차선 몇 개를 가로질러 교각을 내려간다.
하루에도 수차례 볼 수 있는 광안대교 요금소 노동자들의 출퇴근 모습이다.
광안대교 벡스코요금소와 수영강변요금소에는 모두 73명의 용역업체 소속 비정규직 요금징수원이 근무하고 있다.
8시간씩 3교대로 일하며 24시간 운영되는 요금소를 지킨다.
요금소 직원들은 이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차들이 달리는 광안대교 위 도로를 가로질러 출근하고 있다.
일반 고속도로와 달리 별도의 이동 통로가 없기 때문이다.
대형 트럭이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아찔한 상황을 겪은 것도 한 두번이 아니다.
광안대교 요금소 직원 A씨는 "차가 오는지 살핀 뒤 건너고 있지만 워낙 차들이 빠르게 달려 눈깜짝할 사이에 아찔한 순간이 연출되곤 한다"며 "지난해에는 요금소에서 나오다가 대형 트럭이 불과 몇㎝ 앞을 스쳐지나간 적도 있다. 요금소에 일하는 직원들은 다들 몇 번씩 겪는 일"이라고 전했다.
직원들은 요금소 앞에 과속방지턱을 만들거나 안전을 위한 안내 표지판 만이라도 설치해달라고 공단 측에 수차례 요청했지만, 여전히 묵묵부답이라고 호소했다.
또다른 요금소 직원 B씨는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어 공단 측에 조치를 취해달라고 여러 차례 호소했다"며 "처음에는 과속방지시설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지만 들어주지 않았고, 기본적인 안내 표지판 만이라도 설치해달라는 요청도 묵살당했다. 요금소 직원들의 안전에는 무관심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 사무실에서 근무지까지 걸어서 10분…휴대전화도 없이 교각 아래 밤길 걸어야
직원들은 부산관광공사가 운영하는 아르피나 유스호스텔 지하에 사무실 겸 휴게실을 두고 있다.
가까운 지상 요금소는 걸어서 5분이 채 걸리지 않지만, 교각 위에 설치된 요금소로 출근하기 위해서는 10분 넘게 걸어서 이동해야 한다.
직원들은 특히 야간이면 인적이 드문 주차장과 광안대교 아래 교각을 걸어가야 한다며 사고와 범죄의 위험까지 있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한 직원은 지난해 말 요금소로 이동하던 중 차량에 부딪히는 사고까지 당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안전을 이유로 직원들의 휴대전화 소지를 금지하고 있어, 만약 비상상황이 발생해도 신고조차 할 수 없다고 직원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요금소 직원 C씨는 "지난해 말 야간 출근길에 주차장을 지나가다가 차량에 어깨를 부딪혔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며 "직원들 대부분이 특히 야간 이동에 위협을 느끼고 있지만, 사무실에서 나올 때 휴대전화조차 소지할 수 없없는 상황이라 불안감이 크다"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부산시설공단 관계자는 애초 전용 통로를 만들려고 용역을 의뢰했지만 기술적인 문제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요금소 직원 안전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시설공단 교량관리처 관계자는 "요금징수원들의 안전을 위해 교각 등 별도의 통로를 만드는 대책을 추진했지만, 교량 하중 등 기술 문제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요금징수원들이 다소 위험한 상황에 노출된 것을 알고 있다. 안전을 위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