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국회와 IT업계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 2소위는 오는 22일 오후 유료방송 합산규제 관련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고 관련 법안을 심사할 예정이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케이블TV·위성방송·IPTV 등을 합한 특정 유료방송 사업자의 가입자가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의 3분의 1(33.33%)을 넘길 수 없도록 한 규정으로, 작년 6월 시한인 3년을 채우고 사라졌다.
이후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작년 6월 말 유료방송 합산규제를 추가로 2년 시행하는 내용을 담은 '방송법' 및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해 재논의의 불을 붙였다.
KT가 점유율 제한을 받지 않는 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를 통해 점유율을 높이며 유료방송 시장을 독점할 것을 우려한 데 따른 것이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도 "특정 방송사업자의 독점으로 방송의 다양성과 방송시장의 공정경쟁이 저해돼 시청자인 국민의 피해가 야기될 우려가 있다"며 "시장 독점사업자가 출현하지 않도록 경쟁 활성화 방안을 마련한 후 합산규제 완화를 논의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재도입되면 작년 상반기 가입자 660만5천명, 점유율 20.67%인 KT는 KT스카이라이프 점유율 10.19%와 합산해 규제를 받게 된다. 점유율이 30.86%여서 상한인 33.33%에 도달하지 않으려면 2년간 가입자를 78만9천명 이상 늘리지 못한다. 방송업계 인수·합병(M&A) 경쟁에서도 뒤처지게 된다.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옥수수'(oksusu) 사업 조직과 지상파 3사의 공동 출자 콘텐츠연합플랫폼 '푹'(POOQ)을 통합해 신설 법인을 출범시키기로 했다.
작년 3분기 기준 가입자 946만명인 옥수수와 370만명인 푹이 합쳐지면 가입자 1천316만명의 초대형 OTT가 출현해 유튜브나 넷플릭스에 대항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 효과가 기대된다.
SK텔레콤 박정호 사장은 올해 들어 케이블TV(SO) 인수에 대한 의지도 여러 차례 피력했다.
최근 미디어 시장을 주도하는 OTT가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산정에 반영되지 않는데다 SK브로드밴드의 유료방송 점유율이 13.97%에 불과해 SK텔레콤은 상대적으로 M&A 여력이 많은 편이다.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를 통해 딜라이브, 티브로드 등 SO를 인수하는데 관심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료방송 업계 4위인 LG유플러스는 3위 업체 CJ헬로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M&A가 성사되면 점유율 24.43%의 2위 사업자로 등극한다.
앞서 LG유플러스는 작년 11월부터 전 세계 1억명이 넘는 가입자를 보유한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U+tv'를 통해 IPTV 업계 내 독점 제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OTT를 제외한 채 국내 유료방송 업체에만 합산규제를 적용하면 국내 미디어 시장이 유튜브, 넷플릭스 등 외국계 '공룡 OTT'의 놀이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OTT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국경 없이 치열한 경쟁의 장이 된 미디어 시장에 합산규제와 같은 'TV 시대' 미디어 규제로는 효과를 못 본채 국내 사업자의 경쟁력만 제한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성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모바일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이 국내 안드로이드폰 이용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작년 11월 유튜브는 구글플레이 동영상 플레이어·편집기 등록 앱의 총 사용시간 369억분 가운데 86%를 차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3천122만명이 317억분을 이용한 것으로, 점유율이 1년 전보다 3%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2위인 아프리카TV 점유율(3%)의 29배에 달한다. 아프리카TV의 점유율은 1년새 2%포인트 하락했다.
MX플레이어와 옥수수 등은 2%에 그쳤고 비디오포털과 네이버TV는 1%에 불과했다.
연세대 이상우 정보대학원 교수는 "과거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유료방송 합산규제를 도입했지만 현재는 다양성 훼손 우려 등 도입 당시 논거를 유지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며 "OTT 위주로 비디오 시청이 일반화되는 시기에 유료방송 합산규제를 재도입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에 맞지 않으며, 소비자의 방송 시청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작년 11월 말 과방위 법안소위에서 "일몰법을 만드는 것은 일몰 전 정책적 조치를 취하거나 시장이 스스로 적응하라는 시그널을 주려는 것이지만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기에는 과감히 이뤄져야만 생태계가 건강해진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유일한 위성방송으로서 스카이라이프의 공적 책무 회복이 선행되거나 케이블TV와 IPTV사업자의 시장점유율 규제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