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양 전 대법원장 측에 오는 11일 오전 9시30분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검찰이 지난 6월 본격 수사에 착수한 지 7개월여 만이다. 전직 대법원장이 피의자로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둘러싼 행위들을 지시 또는 묵인하거나 최종 보고를 받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 드러난 범죄사실만 40개를 웃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소환 조사를 앞두고 당시 법원행정처 관계자들을 최근 다시 불러 양 전 대법원장이 관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재확인하고 확보한 문건 등을 점검했다.
혐의를 입증할 사실관계를 다지고 법리 검토에 나선 것이다.
한편 양 전 대법원장이 이번 사태에 직접 개입한 정황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그는 일제 강제징용 소송과 관련해 일본 전범기업 측을 대리한 김앤장 변호사를 독대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최근 이와 관련해 김앤장 측이 양 전 대법원장 독대 후 소송을 논의한 내용을 정리한 문건을 확보했다.
해당 문건에는 양 전 대법원장이 김앤장법률사무소 소속 한모 변호사를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만나 강제징용 소송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한다는 점 등을 논의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해당 문건이 양 전 대법원장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뒷받침하는 물증이 된다고 보고 있다.
최근 드러나고 있는 이른바 '법관 블랙리스트' 문건도 양 전 대법원장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이 확보한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 문건에는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 법원행정처장 등 당시 사법행정 수뇌부의 자필 결재가 이뤄져 있다.
한편 검찰의 소환 조사에 맞서는 양 전 대법원장 측 대응 방안도 관심사다.
앞서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해 6월 1일 기자회견을 통해 재판거래 등 모든 의혹을 부인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당시 양 전 대법원장은 "두 가지는 명백히 선 긋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며 "저는 대법원장으로서 재직하면서 대법원 재판이나 하급심 재판에 관해 부당하게 간섭 관여한 바가 결단코 없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런 정책에 반대한 사람이나 어떤 일반적인 재판이나 특정한 성향을 나타낸 법관에게 편향된, 아니면 불이익을 준 적이 전혀 없다"며 "이 두 가지는 제가 양보할 수 없는 한계점"이라고 강조했다.
한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된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핵심 연결고리'로 꼽히는 임 전 차장도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 전 대법원장도 혐의를 부인하거나 묵비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