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3일 초등학교 교과서 일부를 국정에서 검정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교과서는 더 이상 '절대적 지식'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것'을 하나의 교과서에 정해서 담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배우게 유도하도록 여러 교과서를 만들어 학교 현장에 자율성을 주겠다는 접근이다.
교육부는 이날 초등 3∼6학년 사회·수학·과학 교과서를 검정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이 교육의 다양성·자율화 확대와 더불어 국가 권력이 각 분야 전문가의 견해를 지나치게 침해하면 안 된다"는 기본적인 인식에서 출발했다고 강조했다.
국정 교과서를 검정으로 바꿔 민간 전문가 집단이 각자의 판단에 따라 다양한 교과서를 만들게 하고, 학교가 입맛대로 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면, 시장의 경쟁을 거치면서 교과서 전체의 질이 올라간다는 것이 교육부의 기대다.
교육부 관계자는 "과학 분야의 경우 가히 폭발적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이를 집필진 단 몇 명이 (국정) 교과서 한 권으로 정리하기에는 시대적으로 뒤늦다"면서 "이념적인 부분을 걷어내면 사회 분야도 (발전의 속도가 과학과) 마찬가지"라며 검정 전환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러나 학계와 교육계에서는 검정 전환이 곧바로 교과서의 질적 제고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관계자는 이어서 이번 개정의 배경에 "특정 지식 중심의 이념논쟁을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그리고 특정 지식에 관한 어른들의 논쟁이 학교에 옮겨붙는 것을 어떻게 방어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사회 분야의 경우 교과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현대사 등 이념에 따라 관점이 갈리는 항목을 놓고 숱한 논쟁이 벌어진 바 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는 '교과서 좌편향' 논란이 일었고,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교육부는 학계와 시민사회의 많은 반대에도 국정 역사교과서 추진을 강행했다가 사회적으로 큰 반발을 부른 바 있다.
이렇듯 해묵은 교과서 이념논쟁을 검정 전환과 규제 완화를 통해 시장의 자율성에 일부 맡겨서, 다양한 교과서를 학교가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교육부의 포석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권력의 형태로 규제하기보다는 민주적 절차에 대한 기본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이념논쟁을) 해결하는 장치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개정안도 여론이나 정권 기조에 따라 언제든지 방향이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교육부는 "그간 '수정 지시·명령' 했던 것을 '수정 권고·요청' 하는 것으로 규제를 완화했다"면서 시장의 자율과 자정 능력을 낙관했다. 그러나 교과서 편향 논란이 재연될 경우 교육부가 개입하지 않기는 힘들 거라는 관측이 많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제도가 해결해야 할 것도 있지만 사회의 문화가 바뀌어야 할 부분도 있을 것"이라면서 "교과서 개편과 함께 교원들에 대한 연수·교육 강화도 동반돼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