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방위성은 25일에도 관련 자료를 내고 한국 함정이 자국 해상초계기를 향해 수차례에 걸쳐 '화기관제'(사격통제) 레이더를 운용했다며 연일 공세를 이어갔다.
우리 국방부는 이러한 일본 방위성의 발표를 공식적으로 반박하지는 않았지만, 우리 해군 함정이 일본 해상초계기를 겨냥해 사격통제 레이더를 가동하지 않았다는 기존 입장은 유지했다.
사격통제 레이더 가동을 둘러싼 양국의 주장은 평행선을 달렸지만, 양측 모두 이번 '레이더 갈등'을 풀기 위한 협의의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 韓함정, 日초계기 겨냥 사격통제레이더 가동했나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일본 방위상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해군 함정이 20일 오후 동해상에서 사격통제 레이더로 해상자위대의 P1 초계기를 겨냥했다고 주장하면서 포문을 열었다.
이에 우리 국방부는 "우리 군은 정상적인 작전활동 중이었으며, 작전활동간 레이더를 운용했으나 일본 해상초계기를 추적할 목적으로 운용한 사실은 없다"고 즉각 반박했다.
이후로도 일본은 연일 한국 해군의 사격통제 레이더 가동은 공격적인 행위라며 유감을 표명하면서 재발 방지를 촉구한 반면, 우리 정부는 일본측이 사실관계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비난하고 있다며 역으로 유감을 표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진실공방의 핵심은 우리 해군이 일본 해상초계기를 겨냥해 사격통제 레이더를 운용했느냐에 있다.
당시 우리 해군 구축함(광개토대왕함)은 동해 대화퇴어장 인근에서 조난된 북한 어선을 수색하고 있었다. 광개토대왕함은 1t 미만의 소형 북한 어선의 신속한 구조를 위해 항해용 레이더와 함께 사격통제 레이더도 가동했다.
해군 함정에 탑재된 사격통제 레이더는 광범위한 탐색을 목적으로 하는 탐색레이더(MW08)와 사격을 위해 표적에 빔을 쏴 거리를 계산하는 추적레이더(STIR)가 있는데 당시 우리 해군 구축함은 탐색레이더만 대함 모드로 가동했다고 한다.
북한 어선 구조 중 빠르게 접근하는 일본 해상초계기를 식별하기 위해 영상 촬영용 광학카메라를 가동했지만, 해상초계기를 향해 추적레이더 빔을 방사하지는 않았다는 게 우리 군 당국의 설명이다.
반면 일본은 '조사(照射)'라는 표현을 반복해서 사용하는 것으로 봐서는 한국 함정이 추적레이더로 자국 해상초계기를 겨냥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탐지거리 100㎞ 이상으로 광범위한 탐색을 목적으로 운용되는 탐색레이더에 탐지된 것을 가지고 '조사'라고 표현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 日초계기 위협비행 여부·교신내용 놓고도 엇갈려
당시 일본 해상초계기가 우리 해군 광개토대왕함을 향해 위협적인 비행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양측의 견해가 엇갈린다.
우리 군의 한 관계자는 "일본 초계기는 우리 함정이 수색구조 작전 임무를 시작하고 한참 뒤에야 접근해왔다"며 "우리 함정 위로 비행하는 등 오히려 더 위협적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국내 한 언론사는 일본 해상초계기가 저공비행으로 우리 함정을 위협했다고 전날 보도하기도 했다.
방위성은 이에 대해 "해상자위대의 P1 초계기는 국제법과 일본의 관련 법령을 준수, 해당 구축함으로부터 일정 고도와 거리를 두고 비행한 만큼 해당 구축함 상공을 저공 비행한 사실이 없다"고 이날 반박했다.
당시 우리 함정과 일본 해상초계기의 교신상황에 대한 양국의 설명에도 차이가 있다.
일본 방위성은 "3개의 주파수를 사용해 '한국 해군 함정, 함번 971'로 영어로 3회에 걸쳐 호출, (사격통제 레이더 가동) 의도를 확인하려 했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 관계자는 "일본 초계기는 국제상선공통망으로 해경을 호출했으며 통신감도(感度)도 매우 낮았다"면서 "우리 함정에서는 해경을 부르는 것으로 인식했다"고 말했다.
한편, 양국은 진실공방의 와중에도 확전은 자제하면서 협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방위성은 이날 "이번 사안에 의해 한일 방위당국 간 연대를 손상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며 향후 필요한 협의를 해 갈 생각"이라고 발표했고, 우리 국방부도 "일본 측 발표대로 오해를 해소하기 위한 협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