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해 "우리 자신이 소중한 만큼 타인의 권리도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되기를 기대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세계인권의날 기념행사에 현직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지난 2003년 12월 노무현 당시 대통령 이후 이번이 역대 두 번째다.
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차별과 혐오'를 언급한 것은 최근 우리 사회에 만연한 남녀간 극단적 성적 대결 양상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과거 보수 정부에서 유명무실해졌다는 평가를 받은 국가인권위에 대한 기대도 표했다.
문 대통령은 "한때 국가인권위가 사회의 중요한 인권 현안에 눈과 귀를 닫고 관료화되어간다는 뼈아픈 지적이 있었지만 다시 약자들 편에 섰던 출범 당시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반갑다"고 말했다.
또 "국제사회에서 모범적인 국가인권기구로 인정받았던 활약을 되살려주길 바란다"며 "국가인권위는 앞으로도 독립적인 활동을 철저히 보장받을 것을 대통령으로서 약속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 "정부도 사회적 약자를 포함해 모든 사람이 동등한 권리를 누리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문제가 논의되는 등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남북간 민감한 시기를 의식한 듯 국내 보수단체가 주장하는 북한 인권 개선 필요성은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식민지배와 독재, 전쟁을 겪은 국가 중에 대한민국 정도의 인권 수준을 가진 국가는 거의 없다"며 "하지만 가야할 길이 아직 멀다. 한반도의 전쟁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고 평화가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반도에서 냉전의 잔재를 해체하고 항구적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은 우리 민족 모두의 인권과 사람다운 삶을 위한 것"이라며 "이는 곧 한반도와 동북아, 더 나아가 전 세계의 자유와 정의, 평화의 기초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반도에서 인권과 민주주의, 평화와 번영이 함께 실현되길 기대한다"며 "우리의 노력은 전 세계에 희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들어 남북관계 개선 속도가 빨라지면서 일부 보수층을 중심으로 북한 인권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문 대통령은 이를 직접 언급하기보다는 간접적인 방식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름이 차별로 이어지지 않는 게 인권을 지키는 첫 걸음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인권은 다름을 차별이 아니라 존중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어우러져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것"이라며 "어떠한 고난에도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변화를 완성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인권을 무시할 때 야만의 역사가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역사의 교훈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며 "인권의 가치를 최우선에 두면서, 결코 포기 하지 않고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