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9일 오후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 답방과 관련해 현재로선 확정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김의겸 대변인은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은 여러가지 상황이 고려돼야 하는 만큼, 우리로선 서두르거나 재촉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않다"며 이 같이 말했다.
김 대변인은 "남북 평양공동선언에 대한 두 정상의 이행 의지는 분명하며, 구체적인 일정과 절차는 계속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변인의 설명은 현안점검회의 이후 오후 4시26분 쯤 기자단에게 보낸 문자를 통해 이뤄졌다. 특히 "서두르거나 재촉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않다"는 대목은 연내 답방 가능성이 열려있다던 기존 청와대의 메시지와는 다소 결이 다른 것이다. 무리하게 추진하진 않겠다는 뜻으로, 답방 임박설에 거리를 둔 모양새다.
또 오전까지만 해도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북측으로부터 연락이 온 것은 없다"고 했지만, 김 대변인의 오후 설명은 "확정된 사실이 없다"는 말로 미묘하게 변화했다.
북측은 이날 연내 서울 답방에 대한 확답보다는 유보적인 입장을 전달해 온 것으로 보인다. 정부 측에서도 답방 문제를 놓고 북측과 계속 협의 중이라는 점은 공개했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답방 관련 어떤 메시지도 전달받지 못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와 관련한 청와대 내부의 설명도 현재로선 명확하진 않다.
북측의 확답이 미뤄지는 배경으론 '의제'와 '빠듯한 일정'이 꼽힌다. 북미 대화 교착 상황 속에서 최근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선 대북 제재 완화 문제와 관련된 미국의 변화된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전까지는 기존의 제재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필요성에 공감했다곤 하지만, 북한으로선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표면적 상황변화는 미미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북미가 상호 신뢰구축 조치 등을 놓고 물밑 대화는 이어가고 있지만, "정상 간에 '탑 다운' 형식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들이 작용하는 듯 하다"고 밝혔다. 북미 대화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는 점은 남북 정상 간 의제를 제한하는 요소다.
아울러 북한이 12월 중순 이후부턴 내년 계획을 세우는 이른바 '총화' 기간에 돌입하는 데다가, 김정일 사망 7주기(17일) 등 김 위원장 일가의 기념일이 이달에 많다는 점도 답방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지 못하는 이유로 분석된다.
한편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오전에 기자들과 만나선 '북측의 통보 시점에 대한 마지노선이 있느냐'는 물음엔 "그런 건 없다"고 말해 연내 답방 가능성의 불씨는 남겼다. 다만 이 관계자도 "문 대통령이 최근 전용기 내 간담회에서 연말·내년초 (김 위원장 답방) 가능성을 둘 다 열어놨는데 우리는 준비를 해놔야 한다"며 내년초 답방 가능성 역시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