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연극+무용 만나니 소극장 곳곳에 눈물샘 터졌다

서울시무용단 <더 토핑> 공연에서 '낯선 시선'으로 소설, 연극, 한국무용 콜라보
92년생 막내 단원의 첫 안무작품, 소설가도 직접 섭외
사회적 기대에 억눌려 있는 자아 되찾는 과정에 관객들 눈물

사진 제공 = 서울시무용단
소극장에 막이 오르자 한 연극배우가 무대에 섰다. '정다정'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그녀는 이름대로 다정한 성격의 소유자. 남들이 어려운 부탁을 해도 거절하지 못하고, 정작 자신의 욕구는 눌러두는 평범한 여성이다.

그녀 뒤에 4명의 무용가들이 의자를 들고 앉아 있다. 바로 그녀의 내면에 꿈틀대는 또다른 자아들. 다정함에 짓눌렀던 자아들이 하나둘 일어나자 그녀는 폭풍처럼 흔들린다.

사진 제공= 서울시무용단
착한 사람으로, 좋은 사람으로 사회에서 어느정도 인정받기 위해 짓눌러야 했던 자아가 폭발하는 것은 춤으로 표현된다. 의자를 이용해 자유자재로 춤을 추는 무용수들. 다정씨가 아무리 '괜찮다'고 부정해보려고 해도 내면의 자아는 춤을 통해 분출한다.

무용수들이 어렵게 쌓아올린 의자들은 손가락 하나만 대면 쓰러질 듯 하다. 사회적 기대와 인정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겨우 멘탈을 붙잡고 살아가는 우리내 마음 속을 그대로 펼쳐놓은 듯 하다. 극 후반부로 갈수록 객석에선 눈물을 연신 닦아내는 관객들이 보인다.

소극장 곳곳에 눈물이 터지게 만든 이 짧은 공연은 바로 서울시무용단의 정기공연 <더 토핑> 중 '낯선 시선'이라는 작품이다. 한국무용과 소설, 연극이 콜라보를 이뤄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관객들의 박수를 가장 많이 받은 이 작품은 92년생 서울시무용단의 막내 단원인 김지은씨가 처음으로 안무를 짠 작품이었다.


무용단은 <더 토핑>을 통해 평단원들에게 창작의 기회를 제공하는데, 이번엔 과감하게 경험없는 막내 단원의 작품을 무대 위에 올렸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안무와 연출을 맡은 김지은 단원은 평소 팬이었던 소설가 여태현씨를 직접 섭외해 대본을 의뢰했다고 한다. '정다정' 역을 맡은 정유진 연극배우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김지은씨는 "나라는 사람이 사회에서 어떻게 존재하는지 생각해봤다. 과연 나를 표현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사회에 맞춰 그냥 흘러가는대로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었다"며 "공연을 봤을 때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바라볼 수 있으면 했다"고 설명했다.

무용, 그중에서도 한국무용이라는 장르는 낯설게 인식되기도 하지만, 서울시무용단은 4년째 이어오는 <더 토핑>을 통해 여러 장르와의 콜라보를 통해 대중들에게 한 발짝 다가서고 있다.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 새로 개장한 소극장 S씨어터에서 선보인 이번 공연에서는 '낯선 시선' 외에도 참신한 콜라보 작품들을 선보였다. 한국무용과 드러머가 만난 'PLAYFUL', 영화 레옹을 무용으로 표현한 'LEON', 70년대 포크송 '꽃반지 끼고'를 모티브로 삼은 'Waltz', 한국무용과 모션캡쳐의 콜라보인 'TRUTH' 등으로 무용수들이 관객과 소통했다.

2015년 시작해 올해로 4번째로 단원들에게 창작 기회를 주면서 여러 장르와의 결합을 시도하고 있는 서울시무용단의 <더 토핑>은 내년에도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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