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만들면 10만원 드려요' 불법관행 사라질까

수수료 인하정책→긴축 마케팅→모집인 감원·수당삭감 연쇄작용
'재원 고갈'로 인해 근절 가능성…'생존경쟁 격화'로 존치될 수도

(사진=자료사진)
정부의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 여파로 '카드 만들면 현금 10만원 제공' 식의 불법 페이백 관행이 사라질지 관심이 쏠린다. 당국이 수수료 인하를 위한 핵심적 대책으로 마케팅 비용 절감을 제시하고 나서면서, 불법관행 여지가 작아졌으나 결과를 단언하기는 어렵다.


1일 금융감독원 제재관련 공시를 검색한 결과, 올봄까지 7년간 신용카드사(계열은행 포함)가 회원 모집과정의 불법으로 카드모집인의 제재가 확정됐음을 공시한 문건은 54개다. 문건당 1개에서 87개 위법사례가 담겼고, 위반자가 여러 종류 위법행위를 한 경우 각각 별도집계해 분류한 결과 총 713건의 불법 사례가 나왔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위법행위는 '과다경품 지급'으로 74%인 528건에 달했다. 현행법상 카드 신규가입자에게 연회비 10% 이상의 금품을 제공할 수 없다. 사례들을 살펴보면 최대 20만원의 현금이 페이백됐다.

이밖에 '타사 카드회원 모집'(97건), '길거리 모집'(54건), '타인을 통한 위탁모집'(31건), '과장 판매'(3건) 등이었다. 위법 모집인 제재는 수십~수백만원의 과태료 부과다.

검색된 제재 공시는 2011년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검사결과 제재'가 확정된 것들인 만큼, 그 이전·이후 적발 사례까지 감안하면 불법 사례는 훨씬 더 많다.

실제로 "현금 필요할 때마다 알고 지내는 모집인에게 연락해 신용카드를 만들어 10만원 받고 적당한 시기 탈퇴한다"(한 직장인)거나 "카드를 만들면 8만원을 현금으로 주기에 나도 만들고 가족도 소개해줬다"(다른 직장인)는 식의 경험담이 흔하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카드수수료 종합개편 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페이백 불법 모집관행에 영향이 불가피하다. 금융위는 "기본적으로 수수료 수익에 비해 과도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과당경쟁에 기인한 불요불급한 일회성 마케팅 비용 지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카드업계가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 8000억원 상당 수수료를 인하해야 하는 만큼, 카드 모집인 수당이 줄거나 모집인력 자체를 감원할 가능성이 크다. 모집인들이 신규회원에게 제공할 경품의 재원이 사라질 공산이 커진 셈이다.

카드 모집인은 특정 카드사에 전속 계약된 개인사업자로 카드 발급건수에 따라 장당 15만원 안팎의 수당, 가입자의 이용실적에 따른 수당 등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게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또 업체별로 20~50% 상당의 모집인 감원 방침을 세웠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고, 업계는 최근 들어 온라인·비대면 카드 쪽으로 판매 역량을 강화하는 실정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BC카드를 제외한 7개 카드사에 소속된 전속모집인은 올해 6월말 1만5078명이다. 2016년말 2만2872명, 지난해말 1만6658명에 이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다만 이같은 생존위기에 내몰린 카드 모집인 간 경쟁이 격화되면 불법이 극에 달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업계에 따르면 이미 모집인들은 사비를 털어가며 현금을 불법 제공하는 등 사은품 출혈경쟁을 해왔다. 장당 모집수당 15만원에서 10만원을 가입자에게 내주는 것부터가 생계 고육책이다.

모집인 쪽에서는 형평에 맞는 제도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신용카드설계사협회 관계자는 "우리도 자정노력을 하고는 있다. 그러나 보험설계사는 현행법상 3만원까지 사은품 제공이 가능한데, 카드 쪽은 천원짜리가 고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암암리에 불법 페이백을 종용하는 카드사도 있다고 들었다. 정부에서도 카드사에서도 보호받지 못하는 게 모집인들 처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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