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김 씨 외에 다른 수사관도 비위에 연루됐다고 파악했지만, 혐의자 숫자와 구체적인 비위 내용은 "대외비"라며 함구했다. 특감반 전원교체의 이유로는 '분위기 쇄신'과 '공직기강 바로잡기'를 들었지만, 잘못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쉬쉬하면서 논란이 번지는 걸 차단하는 데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쇄신 조치의 진정성에 물음표가 달리는 이유다.
◇ 靑, 사상 초유의 특감반 전원교체…"분위기 쇄신과 공직기강 바로잡기 차원"
김 대변인에 따르면 조 수석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이미 검찰에 복귀한 특감반원(김 씨) 외에 부적절한 처신과 비위 혐의가 있는 특감반 파견 직원을 즉각 소속기관으로 돌려보내고, 소속기관이 철저하게 조사하고 징계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조 수석은 또 "특감반에 대한 감찰 결과 비위 행위와 관련이 없더라도 특감반의 분위기를 쇄신하고 공직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특감반장을 비롯한 특감반원 전원을 교체한다"고 했다. 임 실장은 이 같은 조 수석의 건의를 받아들이고 즉각 관련 절차를 밟을 것을 지시했다.
◇ 잘못 밝히지 않은 반쪽 "쇄신"…靑, 추가 비위자 파악해 놓고 '쉬쉬'
조 수석의 건의 내용 중에 눈에 띄는 대목은 "이미 검찰에 복귀한 특감반원 외에 부적절한 처신과 비위 혐의가 있는 특감반 파견 직원"을 언급했다는 것이다. 김 씨 외에 추가로 비위 혐의자가 더 있다는 얘기다.
김 대변인은 비위 혐의자 숫자와 구체적인 혐의 내용을 묻는 질문에 대해선 "공개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답변을 반복했다. 김 대변인은 "(문제의 특감반원들이 복귀하는 기관의) 기관장은 청와대로부터 비위 사실을 통보받는대로 추가 조사하고 징계를 내리게 된다"고만 설명했다.
문제가 된 특감반은 민정수석실 산하 조직이라는 점에서 책임이 있는 조 수석 마저 해당 질문에 대해 "감찰사항은 대외비"라고 말을 아꼈다.
이런 '함구 노력'에도 불구하고 김 씨와 같은 특감반에 있던 직원 A 씨가 추가 비위자로 파악됐다. A 씨 역시 김 씨 비위 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 외에 또 다른 비위 혐의자가 있었는진 아직까지 '물음표'로 남아있다.
특감반 직원들이 근무시간에 골프를 쳤고, 이를 청와대가 파악했다는 내용의 언론보도도 나왔지만 김 대변인은 "주중 근무시간 골프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는 애매한 해명을 내놨다. 이마저도 최초엔 "오보"라고 밝혔다가 말을 바꾼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비위 연루자가 다수인 게 드러날 경우, 윗선까지 책임이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발빠르게 특감반 교체를 결정한 뒤 '함구 모드'를 이어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 잇따르는 靑 '기강해이' 사건…'공직사회 감시반'마저 비위
이번에 전원교체 결정이 내려진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 특감반은 청와대 외부의 정부 부처와 공사 직원들을 상대로 감찰을 벌이는 곳이다. 부패를 감시하는 집단에서 비위 연루자가 나온 것이다.
민정수석실 산하엔 해당 특감반 외에도 청와대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직기강비서관실 특감반, 대통령 친인척을 대상으로 하는 민정비서관 특감반도 있다. 이 두 곳은 이번 교체 대상이 아니다.
최근 청와대에선 직원들의 공직기강 해이 문제가 잇따라 도마에 올랐다. 지난 10일엔 경호처 5급 공무원 유 모 씨가 서울 마포구의 한 술집에서 시민을 폭행하는 등 난동을 부려 입건됐고, 23일엔 김종천 의전비서관이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돼 직권면직 처리됐다.
이번에 문제가 된 김 씨는 지난 달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찾아가 '정부 부처 공무원 뇌물 사건'의 수사 진행 상황을 구체적으로 물어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 피의자인 건설업자는 김 씨의 지인이었다.
이에 임 실장은 26일 청와대 모든 직원들에게 내부 메일을 보내 "우리는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이 순간 사소한 잘못이 역사의 과오로 남을 수도 있다. 더 엄격한 자세로 일해야 한다"며 기강잡기에 나선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