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존재감을 높여온 이 총리는 최근 외교안보와 민생으로까지 행보를 넓히고 있어 대권을 향한 길 닦기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여권 차기 대선후보 1위…'안정감·사이다 발언' 인기
이낙연 총리는 올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여권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3위권에 위치했다.
하지만, 차기 유력 주자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여비서 성폭력 의혹,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각종 스캔들에 휩싸이면서 이 총리가 부각돼기 시작했다.
추석 이후, 선호도 조사 1위에 오른 이 총리는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9일부터 5일동안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리얼미터가 CBS의 의뢰로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2506명에게 '범 진보·범 보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를 한 결과 이 총리는 응답자 18.9%의 지지를 받았다.
직전 조사보다 2.7%포인트 오른 수치이며, 2위인 이재명 지사(11.3%)를 오차범위 밖으로 따돌렸다.
이 총리의 가장 큰 강점은 안정감에 있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총리로 임명된 이래 강력한 카리스마를 통해 내각을 장악하고, 살충제 계란 파동에서부터 메르스 사태에 이르는 각종 현안들을 무리없이 관리하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과는 환상의 짝꿍으로 불린다. 매주 대통령과 총리는 주례회동을 열어 가감없이 국정의 방향을 논하고,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중재자 역할에 분주한 현재, 총리가 내치의 상당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잇따른 개각에도 불화설이나 교체설은 없고, 오히려 이 총리가 신임하는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경제부총리로 영전한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내부에서는 "최소 3년은 총리직을 맡으시지 않겠나"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총리는 지난해 대정부 질문에서 야당 의원이 "문재인 정권은 최순실 국정농단의 가장 큰 수혜자"라고 주장하자 "어떻게 수혜자일 수 있겠나. 최순실 국정농단의 큰 짐을 떠안은 것을 저희들로서는 불행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지난달 이 총리는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 시 인공기와 한반도기만 흔들렸다. 태극기는 어디로 갔냐'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도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에 오면 인공기를 휘날릴 수 있냐"고 응수했다.
의원들의 말문을 막히게 하는 정제된 답변은 각종 설화로 구설수에 오르는 여타 국무위원들에게선 찾을 수 없는 모습이다.
◇ 가짜뉴스부터 강제징용 배상판결까지…총리의 외연 넓히기
최근 이 총리는 점차 자신의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경제분야에서는 현 정부 규제개혁 추진방향을 책임지며 매주 진행상황을 직접 점검하고 있으며, 재계 인사와의 회동도 늘리고 있다.
가짜뉴스를 '민주주의 교란범'으로 지목해 범정부차원에서 해결하려는 것도 이 총리다.
이 총리는 외교안보 분야로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9월 평양정상회담 때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마련된 프레스센터를 깜짝 방문해 관계자들과 취재진을 격려했고, 각종 행사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내고 있다.
최근에는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 사후조치의 총대를 맸다. 일본 정부 지도자들의 과격한 발언에 우려를 표하며 "타당하지도 않고, 현명하지도 않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SNS를 통한 활발한 소통도 눈에 띈다.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메르스 사태나 조류 인플루엔자의 진전 상황은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달했고, 라돈침대 해체 완료 소식이나 가나에서 피랍된 선원들의 석방 관련 소식은 누구보다도 빠르게 알렸다.
최근에는 남대문 시장을 찾거나 걸어서 퇴근하며 시민들과 만나는 모습을 공개하는 등 민생행보에도 나섰다.
최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한 이 총리는 "총리로서 국정 책임을 맡고 있고, 대통령을 보필해야 하는 처지에 '자기영업'을 조금이라도 생각하면 안 되는 것"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지난달 4일엔 선호도 1위가 된 것에 대해 "나쁠 것 까지는 없지만 조심스럽다"며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