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 위기의 조명균-리선권…고위급회담 어그러질라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남북고위급회담 남측 수석대표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북측 수석대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0월 15일에 열린 남북고위급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의 발언이 남북관계에 계속 분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라는 표현 자체의 진위 여부가 명확하게 가려지지는 않았지만 리선권 위원장이 어렵사리 평양을 방문한 대기업 총수들에게 무례한 언사를 사용한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당시 리 위원장과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한 기업인은 "'냉면이 넘어가느냐'는 얘기는 없었고 분위기도 좋았는데 리 위원장이 '뭘 들고 오셔야지, 그러면 제가 다 해드릴 텐데'라는 말을 몇차례 반복했다"고 말했습니다.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기분이 나빴을 수도 있는 표현이었다고도 했습니다.

그 옥류관 오찬이 어떤 자리였습니까?

지난 9월 19일 낮 평양 옥류관에서 남북 정상의 오찬이 열렸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자료사진)
리선권 자신이 최고 존엄으로 받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9월 평양정상회담을 위해 방북한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수행원들을 환대하는 자리였습니다.

헤드테이블에서 양 정상 간에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화기애애한 얘기가 오가는 동안 리 위원장은 2번 테이블에 앉아 기업인들 앞에서 '빈손으로 오셨냐'는 뉘앙스로 핀잔을 준 것입니다.

게다가 그날 자신의 바로 옆에 앉은 손경식 경영자총협회장은 올해 여든 살로 한참 연장자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겸손한 자세로 예우해온 김정은 위원장의 이미지에 찬물을 끼얹어 버린 셈입니다.

그의 이같은 오만한 행보는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남북고위급 회담 카운터파트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고장 난 시계 때문에 조금 늦게 도착하자 "시계도 관념이 없으면 주인을 닮아서 저렇게 된다"고 모욕을 주거나 회담 중에도 "예상치 않았던 문제들이 탄생될 수 있다. 일정에 오른 모든 문제들이 난항을 겪을 수 있을 것"이라며 여러 차례 으름장을 놓아 왔습니다. 취재기자들에게도 "기자 선생은 잘 안되길 바라오?"라며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도 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굿캅 배드캅(GoodCop BadCop/당근과 채찍) 전략을 쓰고 있다면 그 자체도 문제지만, 리선권 위원장이 상부에 잘 보이기 위해 이같은 대결적인 언행을 계속 일삼는 것이라면 남북관계가 평화와 번영으로 한발 더 나아가는데 상당한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리선권 위원장의 옥류관 발언 파문을 전해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어떤 반응을 보였을 지가 궁금해지는 이유입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이번 국정감사를 계기로 상당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신중했던 이미지와는 달리 경솔했다는 평이 나옵니다.

진위 논란이 벌어지는 등 정확하게 확인된 것이 아니었음에도 조 장관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냉면' 발언 여부를 묻는 질문에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 짚고 넘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하면서 전 국민이 사실인 것처럼 믿도록 해버렸고, 논란이 증폭됐습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조 장관은 오늘(1일) 기자들의 확인 요청에 "전해 전해서 들은 것이고, 그 자리에 없어서 아는 바가 없다"며 국감때와는 다른 뉘앙스로 해명했습니다.

결국 본인이 직접 듣지도, 공식적으로 경로로 보고받은 얘기가 아님에도 정설로 굳어지게 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습니다.

조명균-리선권. 두 사람은 고위급회담을 제일 앞에서 이끄는 남북 대표들입니다.

회담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카운터파트들간에 계속 불신이 쌓인다면 지금까지 쌓아온 화해 협력 무드에 금이 갈 수도 있습니다.

당장 다음 고위급회담이 열리면 남북 교류협력 사업보다는 '냉면' 발언부터 따져봐야되는 소모적인 논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민들은 '냉면' 발언 자체의 진위도 문제지만 설화(舌禍)와 구설(口舌)이 반복되면서 자칫 고위급회담이 힘을 잃고 어그러지는 것 아니냐는 점을 제일 우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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