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험비는 기존 지휘차량인 '코란도 스포츠'의 운용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2023년부터 도태) 이를 대체할 목적으로 도입된 다목적 차량인데, 전방부대에서 제 역할을 못하게 된 셈이다.
미국 지상군의 상징인 '험비'(Humvee)를 본 떠 개발된 '한국형 험비'는 최고속도 시속 130km에 주행거리 500km 성능을 보유하고, 최고 출력도 225마력에 최대토크 50kg.m에 달한다. 기존 지휘차량인 레토나가 130마력에 최대토크 18kg.m였던 것을 비교하면 월등한 성능이다.
육군은 2016년부터 배치를 시작해 1/3가량 보급이 완료된 상태다. 2022년까지 4천여억원을 투입해 총 2천여대를 생산.배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난 7월부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한국형 험비'가 후방 부대로 재배치되고 있다.
26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제1야전군사령관은 일선 부대에 '소형전술차량 운용지침'을 하달해, 차량을 GOP지역에서 운행하지 말고 FEBA(GOP 후방 부대)지역에서 운용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따라 각 부대들은 GOP대대에서 한국형 험비를 모두 후방으로 배치했다.
이유는 차량이 너무 커서다. 해당 지침에는 차량의 차폭이 넓고 창문이 좁아 사각지대가 많고 중량이 무거워 GOP지역에서 사고 위험이 크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운전병 72%, 지휘관 59%가 운전의 어려움을 호소하거나 GOP지역에서의 운용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명시돼 있다.
한국형 험비 차폭은 길이 2.2m로, 기존 코란도 스포츠에 비해 약 30cm가량 넓다. 도로가 크고 평평한 도심이나 후방 부대에서는 양방 교행이 가능하지만, 산지가 험하고 도로사정이 열악한 전방부대에서는 양방 교행이 불가능하고 운전도 어렵다.
더욱 황당한 것은 유난히 넓은 차폭으로 인해 전방 부대에서의 양방교행이 불가능하다는 등 전술도로에서의 운영이 제한적이란 점이 야전운용시험평가 단계에서 이미 드러났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미국 험비는 사막 등 평지에서 활용되는 소형전술차량이어서 산지가 많은 국내, 특히 전방부대에서는 활용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군은 계획대로 '한국형 험비'를 양산.보급하고 있다. 전방부대에서 '한국형 험비'가 빠지는 자리에는 일단 기존의 지휘차량을 활용하고, 코란도 스포츠가 도태된 이후에는 민수용 차량을 도입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김병기 의원은 "야전운용평가에서 취약점이 드러난 만큼 GOP에 소형전술차량을 배치하는 것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며 "소형전술차량 대신 투입한 코란도 스포츠의 운용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이에 대한 대체 차량 모색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