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첫 번째 고심은 가짜뉴스 근절대책이 자칫 '표현의 자유'를 침해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이미 2014년 9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밝힌 뒤 검찰이 앞장서서 이틀만에 관계부처와 민간사업들까지 포함하는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인터넷 실시간 모니터링' 대책을 발표하면서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거센 비판에 부딪힌 전례가 있다.
8일 국무회의에서도 일부부처 장관들이 가짜뉴스 근절대책이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으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 고심은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가 직접 가짜뉴스의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2014년 9월 박 전 대통령이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을 공개적으로 언급할 당시 세월호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던 시점이었다. 비록 문제제기의 내용이 다르지만 대통령을 '가짜뉴스'의 대상자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선뜻 나서기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차관급 공직자는 "대통령이 국무총리에 대한 가짜뉴스가 확산되는 시점에 대책을 발표하면 2014년과 무엇이 다르냐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는 참여연대와 민언련 등 시민단체들이 표현의 자유 침해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가짜뉴스를 "'표현의자유 뒤에 숨은 사회의 공적'이며, '개인의 인격을 침해하고 사회의 불신과 혼란을 야기하는 공동체 파괴범'"이라면서 "검찰과 경찰은 유관 기관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해서 가짜 뉴스를 신속히 수사하고, 불법은 엄정히 처벌하시기 바란다"고 밝힌 뒤 시민단체들은 반박성명을 내기 위한 내부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장인 양홍석 변호사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가짜뉴스 전체를 규제하겠다고 나설 경우 참여연대에서는 반박 성명을 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언련에서도 이낙연 총리의 가짜뉴스 규제방안 발표에 대해 정책위원들이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정부는 '허위조작정보(가짜뉴스)' 근절대책을 좀 더 심도있게 논의해서 11월 말쯤 발표하기로 했다. 방통위 진성철 대변인은 국무회의 직후 "허위조작정보 근절 관련 브리핑은 국무회의 보고이후 브리핑 예정이었지만 국무회의에서 좀 더 심도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보강해서 추후 발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일단 '가짜뉴스'라는 용어가 지나치게 범위가 넓은 만큼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가짜 정보'를 차단하는 데 중점을 두기로 하고 '허위가짜정보'로 용어를 통일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주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관련부처 차관회의를 열어 '가짜 뉴스'라는 명칭을 '허위조작정보'로 통일하기로 했다.
정부 당국자는 "'가짜뉴스'라고 할 경우 오보나 풍자 등도 포함되면서 폭이 지나치게 넓다는 지적에 따라 의도적이고 악의적으로 조작하는 가짜 정보로 범위를 축소하기로 했다"면서 "특히 뉴스가 아닌 허위의 조작된 가짜 정보인 만큼 '뉴스' 대신 '정보'라는 용어로 통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10월 2일 국무회의에서 언급한 '가짜 뉴스'는 정부 용어에서 '허위조작정보'로 바뀌게 됐다.
[Why 뉴스] 가짜뉴스, 왜 허위조작 뉴스라고 해야 하나?
한편 민갑룡 경찰청장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법제는 악의적으로 조작된 허위정보를 생산하고 유포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엄하게 처벌하고 있다"면서 "국민들의 경각심이 부족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 청장은 이어 "SNS로 날아온다고 해서 그냥 유포할 게 아니고 반드시 사실 확인을 해야 한다"면서 "잘못 유포하다가는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