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안된다?" 부산시 무형문화재 지원 논란

부산시 지정 제14호 무형문화재 동래한량춤.(사진=부산 동래구청 제공)
부산시가 지역을 대표하는 무형문화재 중 하나인 '동래한량춤' 보전을 위한 장학생 선발 과정에서 여성무용가를 배제해 성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남성 춤으로 정의된 한량춤을 여성이 전수할 경우 원형을 훼손할 수도 있다는 이유였는데, 해당 여성 무용인들은 부산시의 결정에 문제가 있다며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여성 무용인 A씨는 2013년 동래한량춤보존회 소속으로 한량무를 배우기 시작했다.

수년 동안 수련한 A씨는 또다른 여성 무용가 B씨와 함께 지난 4월 보존협회 추천을 받아 부산시에 '전수장학생' 지정을 신청했다.

하지만 A씨 등 여성무용가 2명은 2개월 만에 '지정보류' 통보를 받았다.

남성들의 춤으로 정의된 '동래한량춤'을 여성이 전수할 경우 원형이 보존되지 않을 우려가 있다는 취지였다.

함께 지원한 남성무용가들은 모두 전수장학생으로 지정돼 부산시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래한량춤은 부산시지정 무형문화재 제14호로 부산시가 예산을 들여 보존·계승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부산시는 협회 추천을 받아 전수장학생을 선정한 뒤 5년 동안 장학금 명목의 지원금을 지급한다.

이후 전수장학생을 대상으로 자격평가를 거쳐 이수자와 전수조교를 뽑고, 전수조교 가운데 마지막으로 예능보유인을 선정한다.

각 평가 단계는 시 문화재위원의 평가를 거치지만, 장학생은 협회장의 추천에 따라 부산시가 결정해왔다.

하지만 A씨 등 두 명은 유독 여성인 자신들만 장학생 지정에서 보류됐다며 이는 부당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무형문화재의 경우 남성춤을 여성이, 여성춤을 남성이 이수하거나 보유자로 지정된 사례가 있어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A씨 등은 주장했다.

게다가 해당 부문 예능보유자인 보존협회장의 추천까지 받았지만, 부산시는 이를 무시한 채 문화재위원의 심의 결과만 반영했다고 반발했다.

다른 무형문화재의 경우 여성이 남성춤을, 남성이 여성춤을 배우고 전수하는 게 흔한 일인데, 부산시는 유독 한량춤만 여성을 배제했다고 A씨는 성토했다.

그러면서 만약 여성이 한량춤에 부적합하다면 향후 이수자 등을 뽑는 평가 과정에 반영해 심사해야 할 문제라며 부산시의 결정이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씨는 "부산시는 여성이 동래한량춤의 원형을 해친다는 어떠한 근거도 없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지원 자격에서 배제했다"며 "만약 여성이 한량춤에 부적합하다면 이는 이수자나 전수조교를 선정하는 평가과정에서 고려할 문제다. 장학생 선정에서까지 여성을 배제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동래한량춤는 문서상 '남성춤'으로 정의돼 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여성장학생 지정 여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동래한량춤은 다른 문화재와 달리 '남성춤'으로 지정돼 있어 여성무용가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문제를 놓고 문화재위원 심의를 거쳤다"며 "심의위원 사이에도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결국 '원형을 보존해야 한다'는 이유로 지정을 보류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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