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9개월째 맥도날드 라이더로 일하고 있는 박정훈(33)씨는 서울 수은주가 관측 이래 최고점을 찍은 지난 8월의 배달을 회상했다.
박씨는 "라이더들에게는 신호 대기시간이 가장 힘든 시간이다. 헬멧을 쓰고 있는 상태에서 햇빛이 얼굴로, 등으로 내리꽂힌다"며 "도로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게 보이는데 몽롱해지는 느낌이 들면서 아차하면 큰일 날 뻔 했다"고 했다.
'메스껍다', '이렇게 일하다 쓰러질 것 같다'는 동료들의 호소를 듣고 광화문 맥도날드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한 게 지난 7월.
이후 박씨는 '폭염수당 100원'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이어왔다. 현재 라이더들은 배달 한 건당 400원, 폭설과 폭우 시 500원을 지급받는데 폭염 때도 100원을 늘려 500원을 추가해달라는 게 박씨의 요구다.
그는 "눈 내린 날 갓길을 오토바이로 지나다 보면 '슬립(미끄러짐)' 사고가 잦다"며 "슬립 때는 콜라가 쏟아졌는지를 가장 먼저 체크한다. 황급한 마음에 매장에 전화해서 미안하다고 한 뒤 다시 콜라를 가져오다 보면 아픈 건 그 나중에 오더라"며 했다.
라이더유니온준비모임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배달 라이더의 30.9%는 폭우와 폭설에도 배달 제한이 없다고 답했다. 반면 헬멧 등 보호 용품을 개인별로 지급받는다고 응답한 이들은 18.1%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곡된 고용구조도 라이더들을 위협하는 요소다.
일부 프랜차이즈 업체의 경우 배달노동자들을 직고용하지만, 배달 대행업체 소속 라이더들은 대부분이 '개인사업자' 신분이다.
직고용 라이더의 경우 4대 보험 같은 안전망이 있는 대신 최저임금의 저임금을 받지만, 이 저임금을 못 견디는 라이더들이 배달대행 업체로 발길을 돌리는 구조다. 대행업체의 경우 배달 한 건당 3000원 정도를 받는다.
박씨는 "대행업체 소속이 프랜차이즈 라이더들보다 많이 벌기 위해서는 시간당 4건 이상은 쳐야(배달해야) 우위가 생긴다. 많은 경우 시간당 8건도 한다"며 "자연스럽게 과속과 신호위반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배달 종사자의 지위는 배달대행업체 소속 등 자영업·특수고용 종사자가 34%, 프랜차이즈업체 소속 등 비정규직이 31.8% 순으로 나타났다.
배달 노동자들의 안전과 권리를 위해 박씨를 비롯한 라이더들은 '라이더유니온'이라는 노동조합을 만들기 위해 준비 중이다.
지난 3일 이들은 정부에 △기후변화 대응방안에 대한 가이드라인 △헬멧 착용 의무화 외에는 전무한 안전물품 지급 △배달대행산업에 대한 규제와 가이드라인을 요구했다.
오는14일에는 라이더들의 첫 오프라인 모임을 개최해 모임 준비를 본격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