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훨씬 더 낮은 수준으로 진행된 것인데, 한반도 정세를 고려한 전략적 판단으로 해석된다.
◇정권수립일에 '미사일' 대신 '평화·경제' 언급한 北
북한은 본래 5주년, 10주년 등의 기념일을 꺾어지는 해라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올 신년사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은 "위대한 인민이 자기 국가의 창건 70돌을 창대히 기념하게 되는 것은 참으로 의의깊은 일"이라고 말해 대규모 행사가 예상됐다.
하지만, 지난해 9.9절을 앞두고 6차 핵실험을 감행했던 상황과 비교하면, 이번엔 '로우키'로 기념행사가 열렸다.
북한은 1만 2000명 이상의 주민을 동원해 열병식을 개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ICBM은 등장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 시진핑 주석의 열병식 참석이나, 김 위원장의 핵무기 관련 메시지도 없었기 때문에 미국이 불편하게 생각할 요소도 없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서도 핵무기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대신 신문에는 평화와 경제가 등장했다.
노동신문은 9일 사설을 통해 "경애하는 최고령도자동지께서 마련해주신 평화번영의 만년보검을 틀어쥔 우리 조국이 경제강국으로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밝혔다.
또 "모든 부분, 모든 단위에서 자력갱생의 기치 높이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목표수행을 위한 중산돌격운동을 힘있게 벌여 당의 권위를 옹호하고 당 제7차대회 정신을 보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6년 5월 노동당 제7차대회에서 내세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2016~2020) 전략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인데, 정권수립일에 자신들의 미래는 핵이 아니라 경제에 있다는 점을 주민들에게 공언한 것으로 읽힌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한반도 정세에 맞는 9.9절 행사를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9월 비핵화 시나리오는 청신호…폼페이오 조만간 재방북?
9월 18일부터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우리측 움직임은 매우 바빠지고 있다.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8일 중국에 특사단 방북 결과를 설명했고, 서훈 국정원장도 10일 일본 아베신조 총리를 예방하기 위해 출국한다.
정 안보실장은 미국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두 차례 통화했고, 러시아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연방국가안보회의 서기와도 통화했다.
또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인 스티브 비건도 10일 한국을 시작으로 중국, 일본 3개국 순방에 나선다.
미 국무부는 "비건 특별대표는 카운터파트들을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동의했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를 달성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긍정적인 서한"을 기대한다고 밝힌 가운데, 편지가 북미간 교착을 풀 신호탄으로 작용할지 기대된다.
무기한 연기된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재방북 여부가 결정될지도 주목된다. 우리 정부가 기대했던 대로 남북정상회담 이전에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을 찾는다면 최상의 결과지만, 북미간의 대화가 재개된다는 점 만으로도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통일연구원 홍민 연구위원은 "폼페이오 장관의 재방북 가능성이 사라지지 않은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남북정상회담 결과가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 한미정상회담에 전달되고 그 이후에 방북이 성사될 것으로 보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더 빠른 시일 내 재방북을 추진할 가능성도 커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