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밤 방송된 JTBC 시사 예능 프로그램 '썰전'에서는 앞서 20일 열린 자유한국당 연찬회 당시 김성태 원내대표가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에서) 건달들이 모여서 나쁜 짓을 하는데, 그중에 하나는 '집중해서 한 놈만 패자'는 얘기를 한다" "끝장을 보여준 이 투지는 사실상 야당으로서 가장 무서운 무기"라고 발언한 것을 토론 주제로 올렸다.
먼저 이철희 의원은 "'한 놈만 패자'는 것은 정치권에서 유명한 얘기"라며 "정치권에서는 상대를 공격할 때 클래식 전략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박형준 교수 역시 "정치라는 것은 공방이잖나. 야당은 원래 영어로도 '오포지션 파티'(The opposition party)라고 해서 반대당이라는 뜻이다. 반대가 일"이라며 말을 이었다.
"견제와 균형을 위해 반대하라는 것인데, 문제는 반대를 할 때 대중의 관심과 유권자들의 흥미를 끌려면 일단 사람을 타깃으로 해야 한다. 사람을 비판할 때 관심이 모아지니까. 그 다음에 사람을 선정할 때도 한 명에 집중해서 그 사람에게 모두 뒤집어씌우는 것이다. 사실 나쁘게 얘기하면 마녀사냥이다. 당하는 사람은 상당히 억울할 수 있다."
그는 "지금으로 보면 자유한국당이나 야당에서는 제일 공격의 소재가 되는 게 고용참사 아닌가"라며 "소득주도성장을 공격의 프레임으로 잡았으니까 지난주부터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공격) 포커스가 맞춰진 것 아닌가 본다"고 전했다.
이에 이 의원은 "지금 야당이 논평 내는 것 등을 보면 장하성 정책실장을 겨냥한 것 같다"며 "제가 약간 의아스러운 점은 그래도 의원 연찬회는 공식적인 자리다. 그러면 이렇게까지 얘기는 잘 안 하는데…"라고 고개를 갸웃했다.
박 교수는 "제가 볼 때는 야당에는 두 모델이 있다. 하나는 '선명 강성 야당'"이라며 "우리 편을 모으고 상대에 대한 분노를 조직해서 국민들이 갖고 있는 이분법적인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려면 상대를 매우 세게 공격해야 이쪽 사람들(지지층)이 좋아한다. 그러다 보면 말이 세게 나온다. 큰 정치인들도 그런 전략을 사용한 경우가 많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YS(김영삼 정부) 때 '이 정부는 총체적 실패'라고 규정하고 아주 강하게 밀어붙여서 결국 집권했잖나."
이어 "또 한나라당이 2008년 집권하기 전에는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해서 세게 싸웠잖나. 그런 것을 통해 지지층을 결집하려고 할 때 대개 이런 전략을 쓴다"며 "김성태 원내대표 입장에서는 '지금 자유한국당이 너무 흐리멍덩하다' '세게 싸워야 우리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그런데 이게 한 번 실패한 전례가 있잖나"라며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그렇게 하다가 너무 과하게 나가서 오히려 역풍을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도 "거기는 여러 놈을 패는 바람에…"라며 "쉽게 말하면 닥치고 반대하는 노선이 있다. '닥반노선'이다. 축구로 치면 닥치고 공격하는 '닥공노선'이 있듯이"라고 거들었다.
박 교수는 "또 하나는 합리적인 '온건 합리 야당 노선'이 있다. 보수 야당이면 중도층까지 끌어 안으려고 하는 것"이라며 "그러니까 김성태 원내대표는 강성 역할을 하고,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온건 합리적인 노선으로 가면서 이른바 역할분담을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봤다.
◇ "재떨이로 흥한 자, 재떨이로 망한다…'닥공노선' 안 먹힐 땐 반드시 역풍"
이 의원은 "제가 좀 걱정스러운 것은, 자유한국당이 김병준 비대위원장의 표현에 의하면 '고장난 자동차'"라며 "거기에 대해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차가 문제가 아니라 운전수가 문제'라고 했는데, 그랬더니 윤여준 전 장관이 적절하게 비유했더라. '운전을 잘못해서 들이받아서 차도 못 쓰게 생겼다'고 둘 다 문제라고 이야기했다"고 꼬집었다.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안 움직인다. 그 이유는 진짜 뼈를 깎는 반성을 통해 '저 사람들이 정말 달라지려 하는구나'라는 모습을 먼저 보여주고 여당을 비판해야 되는데, 이게 빠졌다. 무조건 공격만 해대니까 일반 국민들이 볼 때는 별로 설득력이 안 와닿는 것이다."
이에 박 교수도 "지금 비대위가 생겨서 뭔가 혁신을 해볼 것이라고 다들 기대하고 있잖나"라며 "그런데 혁신을 위한 임팩트가 있는 내용들은 별로 안 나온 상태에서 여권의 실수에 대해, 또는 여권의 정책 실패에 대해 그 반사이익으로 지지율을 올리려는 전략을 쓰게 되면 혁신도 안 되고, 결국은 그 반사이익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또 다시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배우 한석규가 나왔던 영화 '넘버3'를 좋아하는데, 거기 보면 '재떨이로 흥한 사람은 재떨이로 망한다'는 대사가 나온다"며 "그러니까 닥공노선만 갖고 가서는 안 먹힐 때 꼭 역풍이 있다. 그러니까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차근차근 보여주면서 가야지, 우선 급하다고 상대를 공격만 해서 살아날 것 같으면 모든 게 살아났을 것이다.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