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버려진 사람이었다" 쌍용차 가족들의 호소

"노동자 버렸던 경찰, 사과하고 처벌하라" 파업 당시 되새기며 호소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가족들이 30일 경찰청 앞에 나와 진상조사위 보고 발표에 따른 책임 있는 후속 조처를 요구했다. (사진=김광일 기자)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가족들이 30일 경찰청장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2009년 파업 농성에서 경찰이 펼친 진압 작전과 관련해 경찰이 책임 있는 후속 조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와 쌍용차 범국민대책위원회 등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의 경찰청을 찾아 "조현오 전 경찰청장과 이명박 전 대통령을 처벌하라"고 외치며 이 같이 밝혔다.

해고노동자의 아내인 이정아씨는 "2009년 6월 당시 사측 관리자들이 공장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면서 아이들과 함께 있던 저희에게 욕설하고 물병과 돌멩이를 던졌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아이들까지 물병에 맞아 아수라장이 됐는데, 경찰은 '지켜달라'는 말에 대꾸도 없이 뿌리치고 가버리더라"고 말했다.

이어 "사측 관리자들이 새총으로 천막으로 쏘아댈 때도, 그 후 그런 상황이 계속될 때도 경찰은 우릴 보호하지 않았다"며 "국가로부터 버려진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해고노동자의 아내 김미정씨는 "저공 비행하던 헬기가 일으키던 흙먼지와 바람, 엄마와 아이들을 둘러싸서 조여들던 방패와 최루액을 기억한다"며 "주변에선 우울과 공황장애, 암과 이혼, 돌연사와 자살 등의 소식이 들려왔다"고 말했다.

당시 의료 관계자는 농성 현장에서 기본적인 의료권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이상윤 공동대표는 "전쟁에서도 적군의 의료진을 존중하는데, 쌍용차 파업 현장에서 의료진은 노동자들에게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며 "의료 지원에 나갔다가 경찰에 잡혀서 벌금형을 받은 건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고 말했다.

또, "실제 진실과 정의, 화해의 과정에서도 당사자들에겐 2차 피해가 계속해서 일어난다"며 "국가가 나서서 당사자에 대한 치유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경찰에게 관련자의 앞선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보고와 관련해, 관계자들의 사과와 처벌 등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권운동공간 활 랑희 활동가는 "조사위의 발표는 진실을 향한 발걸음의 시작일 뿐"이라며 "2009년 파업 당시와 2012년 대한문 분향소에서 어떤 폭력이 있었단 사실에서 멈출 게 아니라, 그날의 폭력으로부터 노동자들과 가족의 삶을 얘기하고 사과와 치유, 처벌이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김득중 쌍용차지부장과 해고노동자 가족 7명 등은 경찰청장과 만남을 추진하기 위해 경찰청 안으로 들어갔다.

경찰은 민갑룡 청장 대신 임호선 차장과 만남을 통해 이들의 얘기를 듣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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