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BMW 화재와 관련,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차량에 대한 점검명령과 운행정지명령 발동을 전국 지자체장에게 요청했다.
하지만 당장 15일부터 운행정지명령이 집행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운행정지명령의 효력은 지자체장이 발급한 명령서가 우편을 통해 차량 소유자에게 도달해야 발생하는데, 각 지자체가 관할 범위 내 차량 정보를 확인하고 우편을 발송해 소유자가 명령서를 손에 쥐기까지는 수일의 시간이 필요하다.
지난 13일 기준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차량은 2만 7246대로, 하루 7천여대씩 점검을 받는 속도를 감안하면 사실상 안전진단이 다 마무리될 때에야 운행정지명령이 효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번 운행정지대상은 BMW 리콜대상 차량 10만 6천여대 가운데 안전진단 기한인 지난 14일까지 점검을 받지 않은 차량이다.
지난 7월 리콜 결정 당시 BMW코리아 측은 디젤 엔진에 장착된 EGR(배기가스 재순환장치)이라는 부품에 결함이 있다고 주장했다.
디젤엔진은 배기가스 중 일부를 엔진으로 다시 들여보내 연소시키는데, 이 때 EGR에서 냉각된 배기가스가 흡기다기관을 통해 엔진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냉각수가 누수된 EGR 쿨러 끝단에 쌓인 침전물에 쿨러를 아직 거치지 않은 고온의 배기가스가 유입되면서 화재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BMW 측이 제시한 리콜대상과 연식, 모델이 다른 차량은 물론, 이미 안전진단을 마친 차량조차 화재가 발생했다.
심지어 EGR이 장착되지 않은 가솔린 엔진 모델에서도 불이 났다.
또 국내 BMW 차량에는 해외 시장과 같은 EGR이 탑재되는데도 유독 국내에서 화재가 빈발하는 이유에도 뾰족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익명을 요구한 한 자동차 전문가는 "BMW 측이 한국 정부의 배기가스 규제를 통과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전자제어장치(ECU) 배기가스 저감 소프트웨어를 조작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엔진 주요 부품에 결함이 있는데도 이를 감추기 위해 엉뚱한 원인을 내놓았다는 의혹도 거론된다"고 말했다.
또 "공개된 제원과 달리 저가 부품을 사용하거나, 부품 설계 단계부터 잘못 제작하는 등 차량 제작 단계부터 결함이 있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숨어있는 화재 요인을 안고 있으면서도 운행정지명령 대상에서는 제외된 '시한폭탄' 차량들이 거리를 활주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EGR이 아닌 다른 원인이 있더라도, 우선 EGR 불량이 화재를 일으킨 '주범'인만큼 운행정지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김경욱 교통물류실장은 "지금 리콜대상 차량에서 발생하고 있는 화재는 대부분 EGR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며 "리콜 대상 차량에서 발생하고 있는 화재와 EGR, 흡기 다기관이 연관돼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쪽에서 천공 및 화재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교체하는 것은 사고율을 줄이는 데 분명히 관계가 있다고 본다"며 "이미 위험이 밝혀진 차량에 대한 우선적인 조치로 봐달라"고 강조했다.
정부도 지난 8일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을 주축으로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다양한 발화 원인을 분석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초빙할 민간 전문가 인선 작업만 마무리 단계일 뿐, 구체적 검증 일정 계획도 아직 세우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도 사고 원인 규명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하고 있다.
대림대학교 김필수 자동차학과 교수는 "사고원인을 확인하지 못하면 안전진단을 받아도, 리콜을 해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소프트웨어 등까지 모두 확인하는 민관조사TF의 조사를 가장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물론 안전진단이 100% 안전하지는 않지만, 화재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라며 "BMW 정비센터가 아닌 일반 정비업소도 정부가 함께 활용해 안전점검 속도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