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미혼모는 임대주택 불가"…한국인 아들과 내몰린 엄마

[외국인 한부모의 주거 안정②] 주거 지원 사각지대에 놓인 외국인 미혼모, 한국인 8살 아들과 내몰릴 위기

글 싣는 순서
①"내 딸들 한국인인데"…임대주택 퇴짜 맞은 일본인 한부모
②"외국인 미혼모는 임대주택 불가"…한국인 아들과 내몰린 엄마


외국인이라도 국내법 한부모 지원 대상이지만, 미혼모라면 다르다. 한부모가족 증명서가 발급되지 않아 한국인 자녀를 두고도 주거 지원 제도의 사각지대에 내몰리고 있다.

◇ "친자확인까지 2년 아들은 한국인 됐지만…한부모가족 아냐"

임씨가 보물처럼 아끼는 아들의 등본 서류를 들여다보고 있다.(사진=김명지 기자)
8살 아들과 함께 사는 임씨의 단칸방(사진=김명지 기자)
서울 신설동에 있는 임송화(43‧가명)씨의 집 안 벽지엔 알파벳과 한자, 동요 악보가 가득 붙어있었다.


8살 아들의 책과 가방을 둘 곳도 버거운 두 평 남짓한 단칸방이지만 임씨는 얼마나 더 여기서 지낼 수 있을지 막막한 상황이다.

중국 국적의 임씨는 지난 2010년 한국인 남성과의 사이에서 아들을 낳았다고 했다.

잠적해버린 아이의 아빠를 어렵사리 찾아내 친자확인 소송까지 벌여 아들이 한국 국적을 얻기까지 2년이 넘게 걸렸다.

하지만 정작 엄마인 임씨는 미혼모라는 이유로 ‘공식 한부모’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현행 한부모가족법은 지원 대상 가운데 하나로 '한국 국적의 아동을 양육하는 외국인'을 인정하고 있지만, 이를 '대한민국 국민과 혼인한 적이 있는 사람'으로 제한하고 있다.

◇ '한부모 아닌 외국인'…궁지에 몰린 가족

방 한구석엔 공간이 없어 미처 다 정리할 수 없는 짐들이 쌓여 있다.(사진=김명지 기자)
이 때문에 임씨는 SH가 전세금 절반을 지원해줬던 혜택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됐다.

계약이 끝나 전세보증금 반환 시기가 돌아오면 당장 2천~3천만원을 구할 도리가 없어서다.

이혼이나 사별을 한 뒤 홀로 한국 국적의 아이를 키우는 외국인 한부모는 법적으로 한부모가족으로 인정돼 전세보증금 지원이나 임대주택 우선순위 배치 등의 주거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임씨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이다. (관련 기사 CBS노컷뉴스 18.8.6 "내 딸들 한국인인데"…임대주택 퇴짜 맞은 일본인 한부모)

글로벌한부모회 황선영 회장은 "미혼 상태에서 낳은 자녀가 한국인의 아이란 걸 증명해내서 어렵게 아이의 국적을 얻어냈는데도 엄마에겐 한부모의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며 "주거 지원에서 아예 배제돼버리면 이들의 가난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외국인 한부모의 기준은 국적법에 근거해 만들어진 탓에 미혼인 경우, 일종의 사각지대에 놓여버리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관련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법률상 혼인 경력 조건이 워낙 명확하게 돼 있는 탓에 적극적인 유권해석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회에서 원 구성도 끝난 만큼 아예 법 개정 차원에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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