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대화 '교착' 속에···北美 사이 끼인 정부

비핵화 대화, 북미 간 간극 커져…'종전선언' 역학관계 복잡
우리 정부 적극적 역할 주문…북한에 비핵화 타임라인 요구해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 (사진=자료사진)
북한과 미국이 아세안지역안보회의(ARF) 참석 차 싱가포르를 방문해 비핵화 해법과 관련한 이견차를 재확인하면서 '중재자' 역할에 나선 우리 정부의 고민 역시 깊어지고 있다.

북한은 ARF에 참석해 미국을 향해 작심한 듯 비판의 날을 세웠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4일 배포한 연설문을 통해 "미국이 우리의 우려를 가셔줄 확고한 용의를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는 한 우리만이 일방적으로 움직이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을 향해 비핵화를 위한 단계·동시적 행동 원칙을 재차 강조하며 기싸움을 이어간 것이다.

미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유해송환과 함께 전달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친서에 답장을 보내면서 추가 독자제재를 내놨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북한 비핵화를 이루기 위해 북한에 대한 외교경제적 압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고 말했다.

이렇듯 북미 간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면서 우리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불신으로 가득찬 북미 양측이 '네가 먼저' 만 외치는 형국에서 중재를 위한 뾰족한 수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추가적인 대북제재까지 내놓는 등 대북 압박의 고삐를 더욱 조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우리 정부로서는 판문점 선언에서 나온 여러가지 남북 합의 이행에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렇다 보니 북한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북한이 노동신문 등 매체를 통해 '남측이 미국의 눈치만 살피며 실천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것은 이같은 맥락 속에서다.

우리 정부는 큰 틀에서의 조기 종전선언을 통해 북미 간 조율에 나서본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종전선언을 최대한 '정치적 문서'의 형태로 추진하고 문안을 간소화한다는 것인데, 이 역시 쉽지는 않다.

북한이 종전선언을 체제안전보장 방안으로 설정하고, 핵실험장 폐기와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등에 상응하는 조치로 간주했고 미국도 '실질적인 비핵화 이행' 조건을 까다롭게 들이대고 나섰다. 이미 종전선언이 물러설 수 없는 '협상 카드'가 된 것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당초 남북미 3자 형태로 시작했던 종전선언이, 중국까지 함께 하는 남북미중 형태로 논의되면서 각국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미국으로서는 북한에 밀착해 영향력을 미치려는 중국의 참여가 반갑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과 중국의 관계 측면에서도 이 문제를 풀어나가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북한과 미국이 친서를 주고받는 등, 분명한 입장차에도 불구하고 후속 대화 및 협상 가능성을 계속 열어놓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높다.

미국에는 북한에 대한 나아간 보상 조치를 포함한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는 한편, 북한에는 비핵화와 관련한 구체적 시간표를 내놓도록 조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핵 신고서 등을 제출하기 어렵다면 타임라인만이라도 제시해서 미국을 설득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미 선행한 조치는 미국의 주요관심사인 핵이나 ICBM과 거리가 멀다고 보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직접적인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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