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캐스터들에 대한 관심은 '더' 뜨겁다.
포털사이트의 '기상캐스터'를 검색해 보면 연관 검색어에 '몸매', '의상' 등이 자동 추출된다.
매력적인 젊은 여성 기상캐스터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음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일 터다.
우리처럼 젊은 여성을 앞세운 곳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방송사가 더 많았다.
젊은 남성, 나이 든 여성, 나이 든 남성이 일기예보를 진행하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처럼 일기예보 진행이 '미녀'의 전유물이 아닌 것이다.
한국 일기예보는 어쩌다 '미녀들의 경연장'이 된 걸까?
우리나라가 처음부터 젊은 여성 캐스터만 기용, 상품화했던 건 아니다.
최초의 날씨 보도는 1965년 KBS가 국립중앙관상대(현 기상청)에 전화를 놓고, 관상대 직원과의 통화를 통해 날씨를 전달한 것이다. 이후 80년대 컬러TV가 도입되며 처음으로 '기상전문기자'가 등장했다.
그러나 이후의 기상캐스터는 점차 미국의 '웨더걸'을 닮아가기 시작했다.
'웨더걸'이란 50년대 미국에서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기상캐스터로 고용한 여성을 뜻한다. 대부분 비전문가지만 젊고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여성이었다.
국내 방송사들도 이를 벤치마킹, 시청률을 위해 전문성보다 '외모의 매력'으로 승부하기 시작한 것이다.
'웨더걸'의 시초였던 미국은 현재는 오히려 대부분의 캐스터들이 기상학회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또 방송국별로 전문 기상예보사를 가지고 있어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확보한다.
우리나라도 기상기사 자격증, 기상예보기술사 등의 면허가 존재하긴 하지만 최근에야 신설됐다. 기상 캐스터로 활동하는 데 필수조건도 아니다.
심지어 기상청 공식 블로그의 인터뷰에는 '기상캐스터에게 기상기사 자격증이 있다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라는 내용이 나오기까지 한다.
사회적으로 기상캐스터 개인에게 '전문성 대신 뛰어난 외모'를 요구하는 풍토가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거다.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최진봉 교수는 "기상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아닌 외모에 모든 관심을 집중시키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모든 채널이 천편일률적으로 시청률을 위해 외모를 중시하며 원래의 취지와 다르게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상캐스터 개인의 전문성의 부족을 지적하기 전에, '왜 TV 날씨 코너가 '미녀 경연장이 될 수밖에 없었는가?' 에 대한 고민을 해 볼 때다.